[새해 주목할 인물 ] 트럼프·존슨 ‘위대함·영광’ 강조…자국우선주의에 지구촌 출렁

트럼프, 중동·북핵 이슈 첩첩산중 재선 위한 절충안…파국 피할 듯

中과 2단계 무역회담 파급력 촉각 트럼프발 무역戰 2차타깃 EU로

미국과 무역협정 손실극복 계산 존슨, EU탈퇴로 선택지 좁아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2월 31일 신년사를 발표하며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을 끝내면 영국은 번영과 기회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P=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이 이란을 지지하는 민병대에 포위당한 상황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고 있다. [AP=헤럴드경제]

‘위대함(greatness)’과 ‘영광(glory)’을 유독 강조하는 정치 리더가 경자년(庚子年) 벽두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국의 위대함을 계속 유지하거나 과거의 영화(榮華)를 되찾겠다는 말을 주술처럼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들이 대표하는 국가의 위상·국력을 감안할 때 권력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올 한 해 지구촌 정치·외교·경제 지형이 출렁일 수 있다. 자국 이익 극대화가 난마같은 국제관계 해법의 난이도를 높이는 ‘제1 요인’이지만, 트럼프·존슨의 자국우선주의는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스 신화의 예언 능력자 카산드라가 2020년을 산다해도 미래를 점치기 쉽지 않은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부터 중동·북한 이슈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오랜 적대관계 속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지난달 31일 공격했다. 미국의 병력 급파 등 대응으로 대사관을 에워쌌던 시위대는 철수했지만,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 “대사관 습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협박하고 있지만, 더 개입하기는 꺼려한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이 분쟁에 휘말리도록 놔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도발적인 발언’을 한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말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지지부진한 북미협상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며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강대강’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 발언 관련, “지켜볼 것”이라며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했다. 북한 이슈 역시 재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상황 악화를 막으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시점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코너로 모는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세밑에 트위터로 직접 희소식을 전했다. 오는 15일 백악관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와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하고, 이후 자신은 2단계 회담이 시작되는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지난 2년간 경제 악화 탓에 불안에 떨고 시름하던 국가들엔 불확실성이 걷히는 발표였다. 1단계 합의보단 중국 정부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 문제가 다뤄질 2단계 회담이 ‘본 게임’이라는 분석이 많아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짚어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지난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용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할 태세여서 미·중 무역전쟁의 끝을 예단하기 어렵다.

‘사업가적 기질’이 특질인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2차 타깃은 유럽연합(EU)이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와인·위스키·치즈, 에어버스 항공기에 10~25%의 관세를 매겼다. 미국과 유럽간 무역 불균형이 지속돼왔던 걸 바로 잡는다는 차원이었지만, 유럽은 미국 IT공룡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은 외국산 자동차·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BMW 등 유럽 메이커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지렛대 삼아 EU와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EU가 엮이는 사안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존재가 부각한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진두지휘하고 영·미간 자유무역협정 체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모든 건 영국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를 ‘영국의 트럼프’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이달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이행하고, 오는 12월31일까지 전환기간을 끝낸 뒤 완전 탈퇴하겠단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해 핵심 역할을 한 영국이 47년만에 EU를 떠나면서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기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 중 하나는 무역협상이다. 프랑스가 어업 관련 사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변수가 많아 존슨 총리의 시간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거란 의견이 적지 않다. 올해 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해영국·EU 간 무역장벽이 발생하는 등 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드라이브’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배경이라는 시각이 엄존한다. EU를 떠나더라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음으로써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을 존슨 총리가 한다는 것이다. 제러미 사피로 유럽외교협회 국장은 유력 국제관계 잡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존슨 총리의 외교를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애완견 푸들에 빗대 비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협상 원칙을 보면 미국 우선주의 방침이 담겨 있어 영·미 무역협정이 영국에 이롭게만 매듭지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완수해 영국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우리는 단결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영국 국민의 막대한 잠재력이 촉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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