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악기 케이스에 숨어 도피, 곤 전 닛산르노 회장

[AP=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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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바논에 있다.”

카를로스 곤(65.사진)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선언이다. 일본 당국 추적을 따돌렸다는 의미로, 가택연금 상태에서 레바논에 도착하기까지 그의 도피 행적은 영화처럼 담대했다.

그가 회사자금 유용 등으로 체포된 건 재작년 11월. 이후 보석과 재체포 등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턴 가택연금 상태였다. 3일 이상 여행을 하면 재판부 허가가 필요했고, 출국도 금지됐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프랑스에서 르노그룹 회장직에 올랐기에 3개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오는 4월 공판을 앞두고 최근 일본에서 돌연 사라졌다. 이후 지난 12월 31일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서 모습을 드러내 충격을 줬다. 일본 당국은 이에 뒤늦게 그의 탈출 경로를 추적했으나 여전히 정확한 경로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도 곤 전 회장의 탈출 경로를 두고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보도를 종합해보면, 곤 전 회장은 오랜 시간 치밀하게 탈출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했을 방안이 거론된다. 곤 전 회장 자택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이때 악단을 가장한 경비업체 직원이 돌아가면서 악기 케이스에 곤 전 회장을 숨겼다는 설이다.

감시망을 피해 자택을 빠져나간 뒤로는 수도권이 아닌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 국제공항을 이용해 대기 중인 자가용 비행기를 활용,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된다.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도 출국 수속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만큼 곤 전 회장이 신분을 위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터키에서 레바논으로 입국했을 때엔 프랑스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곤 전 회장 탈출 과정에서 레바논 민병대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 신병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나, 두 국가는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은 레바논 정부가 신병 인도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실제 레바논 당국도 곤 전 회장이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며 어떤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 밝혔다.

신병 확보가 불가능해지면 곤 전 회장의 공판 진행도 어렵게 된다. 곤 전 회장은 현재 베이루트 내 본인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대통령을 면담하고 레바논 정부로부터 엄중 호위를 받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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