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시탐탐 노리는 ‘왕서방’ 스파이들…연구원에서 외교관까지

중국 연구원, 양말 속에 암 세포 샘플 숨겨 출국하려다 덜미

유학생 등 미국 안보시설 촬영하다가 체포…대사관 직원 추방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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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첨단기술, 안보기밀 등 미국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활동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양국간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루고 서명 날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라 중국의 무차별적 스파이 활동이 전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하버드대 메디컬센터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연구원 정자오셩(29)이 지난달 10일 보스턴 공항에서 훔친 ‘암세포 샘플’을 비행기 수하물 양말 속에 넣어 중국으로 출국하려다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적발된 암세포 샘플은 약병 21개로 나눠져 양말 속에 담겨 있었다. 이는 미 하버드대학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연구소에서 2018년 4월부터 근무하던 그가 훔친 것으로, 이 연구원은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 결국 시인했다.

이 연구원은 8개의 암세포 샘플을 훔친 뒤 동료의 연구논문을 활용해 10여개의 샘플을 추가 증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샘플을 중국 병원으로 가져가 자신의 연구성과로 발표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에서는 다른 중국인 연구원 2명이 생물학적 물질을 몰래 중국으로 빼간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재판부는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을 수 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국인 연구원에 대한 보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인 랴오뤼여우(27)씨는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 있는 해공항공기지 출입제한 구역에 몰래 들어가 휴대전화로 군사시설 주변의 정부 건물 등 사진을 찍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랴오씨는 해군범죄수사국(NCIS) 조사에서 “일출 사진을 찍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출입제한구역 내 ‘트루먼 별관’ 등을 찍은 사진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중국인 자오첸리(20)씨가 키웨스트 해군항공기지에서 랴오씨와 비슷한 혐의로 경찰에 잡힌 적이 있다. 자오 씨는 자신이 음악 전공 학생이며 여행 중 길을 잃었을 뿐 군사시설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카메라에서 국방부 안테나 구역과 기지 내 정부 건물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나왔다.

심지어 중국 외교관까지 스파이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일도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 직원 2명이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노퍽의 미군기지를 염탐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추방됐다. 중국대사관 직원들은 미군기지 정문 검문소에서 보초병이 유턴을 지시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직진해 들어가다 미군에 검거됐다. 이 기지는 특수작전부대가 주둔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초병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둘러댔지만, 미 당국은 이들 중 최소 1명이 외교관 신분의 중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군기지의 보안 상태를 시험해보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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