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못 버텨” 지역 소주업체들, 해 바뀌자 가격 줄인상

이달 13일께 출고가 6~7% 인상 전망 가격동결 6개월만…경영난 심화 등 요인 ‘이제우린’ 등도 인상 나서…지역주류사 위기감 ↑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지난해 말부터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민 술’ 소주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해가 바뀌자마자 무학 등 지역 주류업체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는 소주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대형 브랜드에 밀려 지역에서조차 입지가 좁아진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3일 주류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딱 좋은데이’와 ‘좋은데이’ 등의 출고가를 이달 13일께 인상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6~7% 대로 소비자 판매가는 기존 메이저 소주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학의 '딱 좋은데이' 제품 이미지 [제공=무학]

무학의 ‘딱 좋은데이’ 제품 이미지 [제공=무학]

이에 대해 무학 관계자는 “그간 서민경제 어려움 등을 감안해 인상을 미뤄왔던 부분이 있다”며 “현재 인상폭과 구체적인 시기는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무학은 지난해 6월 전 제품에 대해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딱 좋은데이는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병당 공장출고가 1006.9원을 유지해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이 지난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당시 무학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과 지역 경기 불황을 고려해 주류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권 공략 실패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학은 영남권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브랜드 좋은데이를 앞세워 지난 2014년 서울·수도권에 진출했지만 ‘참이슬’, ‘처음처럼’ 등 전국구 브랜드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무학 매출은 2017년 2505억원에서 2018년 1937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017년 287억원에서 2018년 10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이미 2018년의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무학은 지난해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대전·충청지역 소주 ‘이제우린’도 새해를 맞아 가격 인상에 나섰다. 2일부터 출고가 기준 360㎖ 병은 1016원에서 1081원으로, 640㎖ 페트 제품은 1905원에서 2027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제조사 맥키스컴퍼니는 경영 여건 악화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 주류업체들이 새해 벽두부터 가격 인상에 돌입한 건 이들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학 뿐 아니라 호남지역 기반 보해양조도 앞서 서울·수도권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에 마케팅비용 등 적자가 누적되면서 마찬가지로 2018년 구조조정에 나섰다. 여기에 대형 주류사들의 파상공세에 공고했던 기존 지역 점유율마저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체된 시장 상황도 지역 소주업체들의 고심을 더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8년 희석식소주 출고량은 91만8000㎘로 직전 해 대비 3% 감소했다. 이는 2013년 90만 5903㎘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 확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출고량은 90만㎘ 아래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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