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부터 완성차 업체에 정부까지…2020년 모두가 전기차에 올라탄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비중 3.3%에서 2025년 10.3%로 성장 전망

유럽·중국에선 전기차 더이상 틈새시장 아니야

유럽 강력한 환경규제 2020년 시행 예고

각국 완성차 업체들 잇달아 대규모 투자

 

유럽 베를린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 테슬라 모델X를 충전하고 있다.[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주요 완성차 업체와 스타트업,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까지 2020년 모두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9년을 마감하면서 올해가 전기차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초의 전기차 양산업체 테슬라의 등장,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성장 등 지난 10년간 덜컹거리던 길을 뒤로 하고 마침내 전기차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지평선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2020년 세계는 전기차로 달린다=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EV세일즈와 전문매체 인사이드EV 등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완성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3.3%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비중은 점차 늘어 2025년이면 10.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거대 자동차 수요처로 떠오른 중국은 2025년 전기차 비중이 19.2%로, 사실상 전기차가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유럽 양산 전기차는 현재 100여개 모델에서 2020년 말이면 175개 모델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이면 33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테슬라 전시장에서 테슬라 모델X를 한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AP=헤럴드경제]

비록 아직까지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순수전기차 판매를 압도하고 있지만 그간 얼리어댑터에 한정됐던 수요가 확산되면서 이를 충족하기 위한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가열로 가격 인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2년이면 전기차 보유 비용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중요 시장인 중고차 시장에서의 인기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자동차 평가업체로 영국에서 온라인 자동차 거래 포털을 운영하는 카그루스는 가디언에 2019년 동안 일부 모델의 중고차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전기차가 그동안 틈새시장을 파고드는데 불과했지만 2020년은 ‘전기차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는 기회의 다른말=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은 자생적이라기보다는 강력해지는 각국의 환경규제 때문이다.

유럽은 2018년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인한 가솔린 집중화와 저유가가 맞물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자 더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도입했고 자동차 업체들에게 전기차는 선택 가능한 유일한 정답이 됐다.

유럽연합(EU)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21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2015년 130g/㎞에서 95g/㎞로 대폭 강화했다. 이를 어기면 그램당 95유로의 벌금을, 판매 차량 대수만큼 물어야 한다. 또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에는 2021년 대비 15%, 2030년에는 37.5% 감축해야 한다.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보조금 대상차종은 기존 3만유로에서 4만유로 전기차로 확대했고 보조금 한도도 4000유로에서 6000유로로 늘렸다. 보조금 적용 만료 기간도 당초 2020년에서 2025년으로 늘렸다. 이대로라면 출시가격이 3만유로가 안되는 폭스바겐ID.3는 최대 6000유로의 보조금을 더해 기존 폭스바겐 골프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노르웨이보다 적어 친환경 운송수단 측면에서는 뒤처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독일은 유럽의 1위 전기차 판매국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왕찬푸 회장이 2019년 4월 상하이모터쇼 당시 신차 소개를 하는 모습[AP=헤럴드경제]

전기차 선진국 중국은 2019년 항속거리(한 번 충전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250㎞ 이하 전기차 보조금은 폐지하고 250㎞ 이상 전기차 보조금은 50% 삭감했다. 심지어 올해는 전면폐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얼핏 유럽과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중국의 2019년 3분기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84만여 대에 그쳐, 이대로라면 가파른 성장 추세를 끝내고 2018년 108만대 수준에 머무를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그간 쏟아부은 막대한 보조금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살아남은 상하이자동차와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는 2020년 저렴한 가격에 높은 항속거리를 가진 신차들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대부분 정부 등 공공기관이 맡았던 전기차 수요를 일반 소비자로 확대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기차 위주의 번호판 추가 발급 계획은 전기차 업체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보조금 폐지와 경제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는 샤오펑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은 여전히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대규모 전기차 인프라 확충으로 전기차 충전 요금이 2018년 2.5위안/Kwh에서 2019년 0.9위안/Kwh로 낮아지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향상되는 등 전기차 경제성이 꾸준히 확대된 것도 전기차의 꾸준한 질주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허후이 중국 신에너지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CNBC에 “지난 10년간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며 “중국 전기차가 세계 1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터리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왕국 미국는 대형 차량 선호, 낮은 유가 탓에 아직 전기차에 대한 지원이나 소비자 선호가 뚜렷하지 않다. 심지어 올해부터 8개주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추가 등록세를 물리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7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차량에 대해 100달러의 등록세를 징수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이용자들이 부담한 유류세를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도로와 교량 건설·보수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역시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

물론 전기차 예비 구매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지만 여전히 일반 자동차의 유류세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전기차 성장을 저해할 정도의 규제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현재 약 35만대의 전기차가 운행되는 캘리포니아는 2025년까지 15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자동차 탄소 배출 제로(ZEV·Zero Emission Vehicle)’정책을 시행하는 대표 지역이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기차와 수소차 판매를 2030년까지 500만대로 늘리기 위해 2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위기는 성장의 기회, 자동차 업체들 몸부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온 테슬라의 성장은 2020년에도 이어진다. 사실 테슬라의 성장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은 물론 미국 자동차 기업 역사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1980년대 현대차가 미국 진출에 성공한 뒤 20년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첫 완성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사이버트럭을 선보이는 등 라인업 확대를 예고했으며 올해 하반기 모델Y를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테슬라의 누적 판매 목표량은 100만대다.

비교적 전기차 개발에 늦었던 미국 거대 자동차 업체 GM과 포드도 속도를 내고 있다. 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모델은 미국 전기차 판매순위 상위 10위권 내 안착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2023년까지 20개 모델을 더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며 테슬라 못지 않게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포드 역시 2024년까지 유럽시장을 겨냥한 17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대표 픽업트럭인 F-150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등 미국에서도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를 노릴 예정이다.

디젤게이트로 홍역을 앓은 폭스바겐은 대중 전기차 모델 ID.3로 전기차 선두 업체로 나설 태세다. 현재 하루 평균 30대에 불과한 생산량은 올해 봄부터 800대로 늘릴 계획이다. 3만유로도 안되는 낮은 가격에 최대 55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022년까지 총 340억유로를 투자해 아우디, 세아트 등 다른 브랜드까지 모두 합해 27개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고급차 브랜드인 BMW와 다임러 역시 미니와 X3(이상 BMW), EQC(다임러) 등을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으로, 두 회사 모두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순수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에 주안점을 둔 일본 토요타는 더이상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로 간주되지 않는 규제 변화에 따라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올해 첫 중소형 SUV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며 2030년까지 연간 55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비야디는 올해 전기차를 60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으며 길리자동차는 2025년까지 신규 모델 10종을 출시해 명실상부한 전기차 전문 브랜드가 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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