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공격’ 경고 미국·이란, 패권 야욕 드러낸 터키…연초부터 ‘혼란의 중동’

미국·이란 무력충돌 일촉즉발 상황…미국 “위협 시 선제공격”

전문가 “미·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패권 야욕’ 터키, 리비아 파병 결정…중동 주요국 대리전 발발 가능성

 

지난달 27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받은 이후 미국이 배후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지목, 미·이란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지난 1일(현지시간)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으로 불이 난 바그다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동 정세가 연초부터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군 주둔 이라크 군 기지가 로켓포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하면서 불 붙은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은 이제 ‘전쟁’까지 언급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중동 패권을 꿈꾸는 터키는 리비아 파병을 결정하며 내전을 둘러싼 국제 대리전 발발 우려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친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간의 잇따른 무력공격은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을 악화일로로 몰아넣고 있다.

당초 미국은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의 배후로 ‘이란 대리군’ 성격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목, 민병대 기지 5곳에 대한 폭격을 단행했다. 이에 반발한 시아파 민병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과 1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하며 이틀 간의 밤샘 시위를 벌였고, 미국은 기지와 대사관 공격에 대한 책임의 화살을 이란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미 대사관에 대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지지세력들의 공격을 묵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며 ‘선제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일 시아파 민병대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이 추가 도발 조짐을 보이고, 그것이 충분히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공격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이란 역시 미국의 강경 노선에 맞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같은날 “미국은 이라크의 저항을 이란이 사주했다고 하지만,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이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군사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8년 미국의 핵협정 탈퇴 이후 표면화된 양 국의 갈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계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라크 내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보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디나 에스판디어리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사상자를 낸 것이 ‘레드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제 그 선을 넘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터키는 자국군의 리비아 파병을 승인하며 중동 정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2일 터키 의회는 정부가 제출한 리비아 파병 동의안을 찬성 325표, 반대 184표라는 압도적 차로 통과시켰다. 중동 패권을 장악하고, 민족주의 강화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이번 파병 결정의 핵심 배경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터키의 리비아 파병이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동부 군벌세력이 맞서고 있는 리비아 내전을 중동 주요국들의 대리전으로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터키는 카타르와 함께 GNA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는 동부 군벌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총리의 결정은 터키가 중동 지역 강국으로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증거”라며 “중동에서 지도적 위치를 얻기 위한 에르도안 총리의 야욕은 중동에 새로운 대립선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