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후폭풍]미국 이라크 내 군사작전 ‘주권 무시’ 비판

일방주의적 자국 우선주의…반미 감정 쌓는 원인 지적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Qassem Soleimani)와 이라크 민병대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Abu Mahdi al-Muhandis)의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진행된 가운데 관을 실은 차량 주변에 추모객들이 모여들고 있다.[AFP=헤럴드경제]

미군이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공습해 살해한데 대해 이라크의 주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적성국 요인에 대한 암살 작전이 기밀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이라크 영토 안에서 미군이 이라크 정부의 허가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군사 작전을 감행한 탓이다.

게다가 사망자에는 엄연히 이라크 정규군이나 마찬가지인 시아파 민병대(PMF)의 아부 아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등 이라크인 5명이 포함됐다.

즉 미국은 이 작전이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자위적인 조처라는 명분을 강조했으나, 이라크 정부를 무시하고 이라크 영토에서 이라크인을 군사작전으로 살해한 셈이다.

노트르담 대학의 국제분쟁 전문가인 매리 엘런 오코넬 교수는 미국 CNBC에 “미국은 다른 나라의 명확한 허가를 받지 않고 그 나라의 영토 안에서 공격했다. 이는 불법이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대형 사건이 벌어지자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3일 “이라크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산 알카비 이라크 의회 부의장도 “긴급 본회의를 열어 미군의 주둔을 끝내는 단호한 결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타국의 주권보다 자국민과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 정부의 시각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낯선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군이 이슬람국가(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살해한 뒤 기자회견에서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작전의 관점에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공격할 수 있다. 테러분자는 이 점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권 침해 논란에 대해 미국의 보수적 학계에선 이라크가 미군의 주둔을 허용했기 때문에 미군이 위협에 대응해 자위적 목적으로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일방주의적 자국 우선주의가 중동의 지정학적인 요지이자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에서 반미 감정을 쌓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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