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 미국·이란 군사충돌 ‘초읽기’…왜 극단으로 치달았나

트럼프 대통령 2018년 일방적 이란 핵합의 탈퇴로 시작된 갈등

미 경제 제재 속 이란 국제사회 여론전 펼치며 반미 정당성 확보

이란 2019년 5월 핵합의 단계적 이행 축소하며 핵위기 재차 고조

미국 대선, 대통령 탄핵 등 내부 정치 상황 반영되며 빠르게 전개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어느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이후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고, 이에 대한 이란의 반미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1년 뒤 이란도 JCPOA 이행 수준을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더욱 고조됐다. 여기에 ‘탄핵’과 ‘대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도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 대사관에서 신속 대응팀에 소속된 한 미군이 대사관 방어를 위해 모래 주머니를 옮기고 있다.[AP=헤럴드경제]

지금으로부터 1년 8개월 전인 2018년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JCPOA로부터 일방적인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타결한 이란 핵합의가 탄도미사일 폐기 내용을 담고 있지 않고, 15년의 일몰 기간이 지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는 ‘나쁜 합의’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나 귀금속, 자동차 등에 대한 1차적인 경제 제재를 부활했고, 이후 원유 수출 금지 등 2차 제재를 부활시켰다.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지속적인 국제 여론전을 펼치면서 미국과 함께 핵합의 당시국인 EU를 겨냥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비껴갈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란 군인들이 4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 모여 거셈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미국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로이터=헤럴드경제]

경제 제재를 넘어설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자 지난 2019년 5월 8일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탈퇴 1주년이 되는 날 이란도 JCPOA 이행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선언을 내놓았다. 다시 핵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핵합의를 둘러싼 양국의 외교적인 갈등은 경제 제재로 확대되었으며, 세계에서 원유 수송이 가장 많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상선에 대한 친 이란 세력의 공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 전단을 급파했고, 이란이 오만해에서 미군 무인기를 격추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란의 저항은 ‘이란의 대리군’이라 불리는 이라크, 시리아, 예맨 등에 위치한 친 이란 민병대를 주축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미국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현지 석유 시설이 이란과 우호적인 예맨 반군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말 단행된 미국의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 대한 F-15 전투기 공습도 이라크 내 친 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으로 이라크 현지 미군이 주둔한 지역에서 미국인 1명이 사망한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폭사하면서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으며, 미국은 중동 현지 미군 증원으로 맞서는 등 전쟁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신년에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위기는 연초 탄핵과 연말 대통령 선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도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 군부 실세를 폭사한 시점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용 이란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군부 실세에 대한 공격은 보수 성향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고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카드였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가에서도 이번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연말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중동의 위기 상황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 외교적 경험이 부각되면서 민주당 경선에서 유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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