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리는 이란…우크라 항공기 피격 가능성에 무게

NYT 영상 공개…갑자기 불길 휩싸인 뒤 폭발

‘지면 충돌로 폭발’ 이란 주장과 배치

트럼프 “누군가의 실수”, 트뤼도 “미사일 격추 입증할 증거 갖고 있어”

이란 “정보 넘겨 달라. 보잉도 조사 참여하라” 반박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당시 모습(빨간 동그라미). 이란 수도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불길에 휩싸인 채 공항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폭발한 뒤 추락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기가 이란 미사일에 피격됐을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 인근 파란드 상공에서 갑자기 폭발한 뒤 추락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NYT는 이 여객기가 ‘미사일’에 맞은 뒤 불길에 휩싸인 채 몇 분간 공항으로 돌아가다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영상 속 건물 위치와 음향 단서, 여객기의 비행정보 등을 종합할 때 영상은 진짜라고 강조했다. 이란 측이 주장하는 기체결함을 일축한 동시에 피격 의혹을 사실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앞서 추락사고를 조사하는 이란민간항공청은 초기 조사 결과 여객기가 이륙후 서쪽으로 비행하다 문제가 생긴 뒤 공항으로 돌아오던 중 추락 직전에 불길에 휩싸였고 지면에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상 속 여객기는 추락 전 이미 폭발을 했다.

여객기 사고와 관련된 나라들이 모두 이란을 비난하는 가운데 피격 의혹을 뒷받침할 유력한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이란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누군가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면서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란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만 않았을 뿐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발언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피격으로 결론 내렸다고 앞다퉈 전하고 있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두 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3명의 당국자를 인용, 이번 추락 사고가 이란의 우발적 격추 때문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고로 탑승객 176명 가운데 이란 다음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63명)가 나온 캐나다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란 미사일이 원인이라고 콕 집어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잔해를 이란 구조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이란은 이 여객기가 기체 이상으로 추락했다는 초기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 그리고 이란 다음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캐나다는 이란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AP=헤럴드경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 “우리는 이란 미사일에 의해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캐나다 당국과 동맹국들의 여러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피격이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사고 원인을 기체 결함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비극으로 인해 슬퍼하는 유가족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미사일 피격을 사고 원인 조사에서 배제했던 당초 입장과 달리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피격 의혹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국과는 원인 조사를 놓고 협력하지 않겠다던 이란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압바스 무사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캐나다 총리와 이번 사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정부는 정보를 이란 사고조사위에 넘겨달라”고 밝혔다.

또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당초 미국에 블랙박스를 넘기지 않겠다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도 블랙박스 조사 과정에 참여할 대표단을 보내라”고 밝혔다.

CNBC방송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협약인 시카고 협약에는 사고가 발생한 국가가 조사 책임을 맡지만 항공기를 만든 국가와 항공기를 운항항 항공사의 소속 국가도 통상 참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그들이 우리 대사관을 폭파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매우 분명한 다른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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