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침묵’ 윤석열, “거역” “항명” 당정청 압박 속 입장표명 할까

윤 총장, 대외적 메시지 자제하고 조직 다지기

검사장 오찬 갖고 전직 검찰총장 등 신년회 참석

간부들에게 “가서도 지금같은 자세로 열심히 해달라” 독려

법무부는 8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대검검사급(검사장)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강남일 차장검사는 대전고검장으로 발령났다. 사진은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부터),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우리는 사표 낼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참모진은 10일 전출신고를 앞두고 이같이 밝혔다. 법무부가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 이후 당정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외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검찰 구성원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대검은 이번 인사를 두고 이날까지 윤 총장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이 인사 발표 이후 참모진에게 “계속 최선을 다하자. 여기서 충분히 할 일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가서도 지금같은 자세로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적으로 윤 총장이 검사장들에게 “사표를 내지 말아달라”고 밝힌 것은 없다고 했다. 대신 “각자(각 검사장들)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사표 의사를 가진 검사장은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날도 검찰 구성원들을 독려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전출을 앞둔 검사장들과 예정된 마지막 일일 오전 간부회의는 취소하고 검사장들과 대검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후 검사장들은 법무부로 이동해 전출신고를 한 뒤 대검으로 복귀해 보직변경 접견을 마친다. 윤 총장은 검사장들과 마지막 인사를 마친 뒤 검찰동우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김각영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퇴직 검찰 원로들을 만났다.

대검을 향한 당정청 압박은 잇따랐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 유감스럽다.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총리실 관계자는 현재 검찰과 법무부가 싸우는 것처럼 된 데 대한 이 총리의 불편한 시각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묵살한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에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총장이 스스로 정치적 행위자가 돼 본분을 망각한 채 사실상 항명을 했다”고 논평을 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 건으로 사퇴를 언급하는 건 지나치다”면서도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검찰 인사 절차가 있는데 (윤 총장이) 그걸 따르지 않은 점에 유감이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공식적으로 두차례에 걸쳐 인사 발표 전에 윤 총장이 왜 법무부로 갈 수 없는지 말씀을 드렸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이라면 다 이해를 하리라 믿는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대신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에 대한 수사의 속도를 높였다. 검찰은 인사 당일인 8일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정모 울산시 정무특보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특보는 송 시장의 선거준비팀에서 2017년부터 활동했던 인물이다.

인사 다음날인 9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송 시장은 국가균형위 고문으로 2017년 11월 위촉됐다. 검찰은 국가균형위가 송 시장의 공약 개발에 관여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송 시장이 후보 시절 내놓았던 공약 중 상당수가 국가균형위에서 발표한 울산 지역 계획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초 송병기 울산시 경제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바 있어 수사 일정에 차질이 어느정도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연루된 수사도 진행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2차전지 회사 WFM에 20억원을 불법 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상인 그룹의 유준원 대표도 소환해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WFM 실물주식 7만주 등을 보유하면서 이를 처분하지 않고 허위로 재산 신고를 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으로 지난달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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