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대통령 오가며 20년 집권…푸틴, 내각 총사퇴로 ‘영구통치’ 길닦나

러시아 총리와 내각이 총사퇴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67)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 연장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초 부분 개헌 제안으로 촉발된 변화가 지난 20년간 러시아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 개입 의혹이 담긴 ‘러시아 스캔들’까지 경험한 미국으로선 푸틴의 집권 연장을 자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을 포함해 내각이 총사퇴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에 뒤이은 것으로 푸틴 대통령의 개헌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부분 개헌 제한과 관련해 “내각은 대통령에게 모든 필요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 배경이 푸틴 대통령을 위한 것임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총리와 내각 선출 권한을 대통령에서 의회로 옮기고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20년간 집권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외신들은 4번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변화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임과 동시에 등장한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의 대통령을 연임했다. 이어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총리로 물러나 4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뒤 2012년 대선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복귀했으며, 2018년에 또다시 연임에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까지이다.

과거 푸틴 대통령이 총리직을 수행하면서까지 권력을 이어갔듯이 이번 개헌에서도 그러한 속셈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국가안보회의를 통한 푸틴 대통령의 영구적인 집권 야욕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년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지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영구적으로 맡은 것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도 ‘카자흐 모델’을 따라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러시아의 2인자’로 지난 7년 8개월 동안 총리직을 수행한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신설될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이번 변화는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내각 개편을 통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조시기관인 레바다 센터의 12월 여론 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지율은 68%를 기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78%에 이르렀으며, 일각에선 30%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CNN방송은 “푸틴의 권력 장악력 확대는 국제 사회에서의 푸틴 영향력의 지속을 의미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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