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합의] ‘발등의 불’ 껐지만 ‘불씨’는 남았다

합의문 25%가 농산물 관련 중국, 올 365억달러어치 사야

지재권 보호·기술이전 강요금지 원칙만 담겨 추후 난항 예고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약 2년간 글로벌 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성이 크게 낮아지게 됐다. 하지만 많은 핵심 쟁점이 2단계 협상으로 미뤄져 무역전쟁 종전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을 2021년까지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2조원)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당장 올해 사들여야 하는 물량만 767억달러어치다.

특히 농산물 구매 부문은 전체 94쪽의 합의문 가운데 별도 챕터로 4분의 1 분량을 할애할만큼 중요하게 다뤄졌다. 중국은 올해 365억달러, 내년 435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 2017년 240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팜벨트(미 중서부 농산물 생산지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품 대량 구매와 미국 기업에 도움이 될 경제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손에 쥐고 재선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주도) 접근방식이 정치적으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중국은 크게 뒤흔들렸고 미국의 신뢰도는 높아졌다”며 “미중 무역전쟁 1라운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잠정 평가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농산물을 얼마만큼 사들이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CNBC방송은 전문가를 인용, “중국이 구매 약속을 지키려면 미국산 제품을 미친듯이 사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은 이번 합의를 위반할 경우 실무급,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했다. 자칫 합의 미이행으로 인한 추가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스스로 쟁점 사안이라고 주장해온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기술이전 강요 금지, 환율시장 개입 금지 등에 대해 중국의 약속했다는 수준의 원칙적 내용만 담겨 있어 앞으로 무역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조금 지급 문제는 이번 합의에 빠졌다.

마크 코헨 전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 지식재산권 담당관은 “중국의 긍정적인 변화는 대부분 작년에 이미 중국이 도입한 개혁을 반영한 것”이라며 “법과 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 같은 제도적인 문제는 거의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사이버보안 및 안보 문제 역시 언제든 무역협상의 발목을 잡을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요구해온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의 미국 제재에 대해 미국은 아예 논외로 치부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 통신회사의 미국 시장 진출 문제는 국가안보 문제로 별도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갈등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양국 대표들이 무역합의에 서명을 하는 동안에도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와 미국 내 5G연구 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무역전쟁이 질질 시간을 끌면서 이들 문제는 더 큰 관계 악화로 전이됐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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