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유럽, 미중 무역합의에 ‘반사 손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지난 2년간 반사이익을 본 브라질·유럽

중국, 미국 상품 대규모 구매에 자국상품 대중 수출 감소 우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5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18개월간의 무역전쟁 종식의 첫걸음으로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했다.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브라질과 유럽이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로 대두 등 자국의 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미국 농산물과 항공기 대신 브라질 농산물, 유럽 항공기 수입을 계속 늘려왔는데, 이번 합의안 서명으로 중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17년에 비해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79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등이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산 상품 구입을 대규모로 늘릴 경우 브라질 등 다른 교역 파트너로부터의 수입을 상당폭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15일 서명식에 참석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이번 합의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중국 외교부는 특별히 EU 외교관들을 위해 무역합의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EU 측의 불만을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주중 EU상공회의소의 오에르그 우트케 회장은 “중국의 대규모 구매 약속은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사야 할지 알려주는 ‘관리무역’과 같다”며 “유럽 기업들은 이제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우트케 회장은 “이번 합의에 따라 중국은 브라질산 대두나 호주·카타르산 원유, 인도산 철광석, 유럽산 항공기 등을 덜 사들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시장의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금지, 금융시장 개방 등의 약속이 다른 무역상대국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앞으로 1년 정도 그것이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봐야 하며, 이는 미·중 모두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에너지가 주요 대중국 수출품인 브라질도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대규모 구매 약속으로 자국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대두, 육류, 철광석, 원유 등 농산물과 에너지가 8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대응해 지난 2년간 브라질 등으로 농산물 구매를 다원화했는데, 이번 무역합의를 지키려고 한다면 이를 다시 대폭 축소해야 한다.

브라질의 통상 전문가인 마우리치오 산토로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은 지난해 내내 브라질 농업계의 우려를 자아냈다”며 “미·중 무역합의는 어떤 형태로든 브라질의 농산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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