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 고장나면 건강도 망가진다

판다 교수 ‘생체리듬’ 작동 원리 쉽게 소개 현대인, 원시인 생활패턴 따라야 건강

음식 섭취 8~10시간 안에 끝내야 작은 습관 변화로 만성질병 예방 가능

“하루 중 다양한 시간에 작동을 시작하고 멈춰야 하는 수많은 유전자가 작동 또는 정지 상태에 몰려 혈당 조절 이상,폭식, 식탐을 유발할 때, 2형 당뇨병이나 간 질환 같은 만성 질환이 발생한다. 더 좋은 섭식 리듬으로 이 주기를 끊어버리면, 은근히 자극을 받은 이 유전자들이 그들의 하루 단위 주기로 되돌아가 이런 질환들의 진행을 역전시킬 수 있다.”‘( 생체리듬의 과학’에서)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 몇 주 안에 비만과 당뇨 증상이 온다는 건 상식이다. 이를 입증한 쥐 실험 연구논문만 수 천 편에 달한다. 그런데 같은 열량의 고지방 음식이라도 제한된 시간(8시간~12시간)안에 먹으면 얘기가 다르다. 비만이나 당뇨, 간과 심장 질환에 걸리지 않은 건 물론 심지어 투약이나 식단 변화없이도 병의 진행을 역전시킬 수 있다.

이 획기적인 실험을 진행한 이는 세계적인 생체리듬 전문가인 사친 판다 캘리포니아 소크 생물학 연구소 교수다. 2002년 사이언스지 10대 발견 중 하나로 꼽힌, 우리 몸의 광센서와 생체시계 작동 매커니즘을 밝힌 주인공이다. 판다 교수는 2012년 이 실험을 발전시켜 질병과 생체주기 코드와의 연계성을 위의 쥐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 보다 언제 먹느냐가 결정적이라는 이 연구결과는 지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간헐적 단식’ 열풍을 불러왔다.

판다 교수는 ‘생체리듬의 과학’(원제:The Circadian Code, 세종서적)에서 21년간 연구해온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생체시계의 비밀을 들려준다. 간단한 생활습관의 변화 만으로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치료약이 거의 없는 만성질환들을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살아있는 거의 모든 생물은 체내에 타이밍 시스템, 즉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기 전부터 이미 체내 시계는 우리 몸을 준비시킨다.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이 중단되고, 호흡과 맥박이 조금씩 빨라진다. 눈을 뜨면 부신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더 많이 생성해 우리가 일상적 아침 일과를 서둘러 수행하도록 돕는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할 준비를 마친다. 정상적인 몸이라면 오후 1시까지는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다. 낮 동안 과제를 수행하고 해가 저물어 저녁이 되면 체온이 떨어지고 다시 멜라토닌 생성이 증가해 몸은 수면모드로 돌입한다. 수면 중에도 뇌는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면서 정보를 백업하고 독소를 제거하는 등 분주히 움직인다, 생체리듬은 바로 이런 생물학적 기능을 최적화한다.

이런 하루 주기의 생체시계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것과 같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났고 많은 시간을 딸기류와 과일을 채집하는 데 보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마지막 식사를 했다. 그래야 밤이 되기 전 잠잘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물색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시간~15시간 휴식을 취했는데 대부분 잠자는데 썼다.

문제는 우리 생체시계는 여전히 원시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기술적 진보와 노동형태의 변화로 낮은 자연광을 접할 기회가 줄고 밤은 환한 빛에 노출돼 생체리듬이 깨져 버린 데 있다.

빛은 생체시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분야는 저자의 전공이다. 빛을 인식하는 건 광센서인 감광 단백질 멜라놉신이다. 이는 생체시계와 수면주기, 멜라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는데, 빛의 종류에 따라 멜라놉신의 활성화가 달라진다. 멜라놉신은 청색광에 민감하게 활성화된다. 이 빛이 들어오면 뇌에 신호를 보내 실제 시간과 상관없이 뇌는 낮이라 생각하고 반응하게 된다. 가령 밤에 식품점 안으로 들어간다면 멜라놉신이 머리 위에 있는 빛을 인식해 뇌는 지금이 낮이므로 깨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청색 불빛인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를 잠자기 전 봐선 안되는 이유다.

생체리듬의 균열은 다양한 시간에 작동하고 멈춰야 하는 수많은 유전자들에 영향을 미쳐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몸의 최상의 상태를 만드는 방법은 생체 주기 리듬을 타는 것. 여기에 음식 섭취 시간이 중요하다. 원시시대 패턴을 따라하는 것이다. 특히 아침 한 입의 시간을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체시계는 이에 따라 움직이기 떄문이다.

생체리듬의 과학사친 판다 지음, 김수진 옮김세종서적

저자가 제안하는 효과적인 식사제한 시간은 하루 8~10시간이다. 이 경우 신체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실험 결과가 있다. 과체중 상태에 있는 참가자 10명에게 매일 10시간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음료수, 간식까지 포함, 모든 음식 섭취를 마칠 것을 요청한 결과, 4개월 만에 자기 체중의 4%가 줄었다.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도 체중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밤에 잠을 더 잘자고 낮엔 활력이 넘치고 배도 덜 고팠다는 결과다.

저자에 따르면, 생체시계를 잘 활용하면 일과 학습효율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뇌의 해마는 수면상태에서 장기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수면부족이나 수면 분절의 경우 장기기억에 어려움을 겪다가 차츰 단기기억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집중력과 학습, 업무능력은 낮동안 가장 활성화되며, 주로 오전 10시에서 3시 사이에 극대화된다. 이 때 호흡, 맥박, 스트레스 호르몬 등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생체시계 복원을 통해 암, 심장질환 등 질병의 진행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면역계 이상을 초래하는 각종 질환의 원인은 산화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활성산소인데, 세포가 영양을 에너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길은 제한적 식사시간을 통한 생체리듬 회복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세포의 독소 제거 등 자기 정화작용이 일어나는 밤 시간대에 수면과 식사 제한이 중요하다. 저자는 5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생체주기에 따른 류머티즘 관절염 약 복용과 효과적인 암 수술 및 치료 시간대에 대해서도 실험 결과를 소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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