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서비스업 개척자’ VS ‘폐쇄적 경영’…신격호 명예회장의 엇갈린 평가

유통·서비스업 과감 투자

폐쇄적 경영 경영권분쟁 이어져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사진은 2017년 5월 3일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신격호 명예회장.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탁월한 사업 수완과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한국과 일본의 식품과 서비스업계의 새 지평을 연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폐쇄적 의사결정과 소유와 경영을 동일시한 경영 방식으로 경영권 분쟁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유통·서비스업 과감한 투자=신 명예회장은 2차산업 위주의 한국 산업계에 유통과 서비스 산업의 필요성을 꿰뚫어보고 일찌감치 투자를 진행했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일본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등을 잇달아 창업하거나 인수했다.

관광산업이 주목받지 못하던 1970년대부터 호텔롯데를 세우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월드를 건립했다. 제2롯데월드 사업을 천신만고 끝에 관철해 서울 시내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기도 했다.

관광과 면세점산업에 기여한 공로도 매우 크다. 한국형 시내면세점을 처음 도입한 것이 롯데그룹이기 때문이다.

▷ 경영권 분쟁 야기한 폐쇄적 의사결정구조=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신 명예회장의 폐쇄적 경영의 결과로 지적된다.

롯데그룹에서 신 명예회장의 구두 지시로 인사나 경영상의 주요 결정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2015년 7월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주요 임직원 10여 명을 갑자기 불러 모아 손가락으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독단적 의사결정을 하기도 했다.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등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기업지배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2006년 롯데쇼핑 상장이 추진될 당시 그는 “왜 회사를 남에게 파느냐”고 못마땅해하는 등 ‘소유와 경영의 일치’를 고집했다. 상장을 회사 일부를 매각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그는 일본 롯데 계열사는 한 곳도 상장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이 대부분 엇비슷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됐다. 신 명예회장이 끝까지 경영권을 손에서 놓지 않은 점도 형제간 다툼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롯데지주가 공식 출범 전까지 일본 롯데홀딩스는 L투자회사와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개입해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 중 광윤사,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관계사 등 3개 주요 주주의 결정이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같은 점이 부각되면서 롯데 그룹의 국적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달리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지주사 체제 출범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도 끊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계열사의 분리 및 상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구하며 투명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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