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스캔들’ 150년 역사 MLB 흔들다

사인 훔치기 적발…관련자 줄사퇴

2018년 우승팀 보스턴도 조사 중

과거 승부조작·약물 이어 파문확산

나란히 옷을 벗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힌치 감독(왼쪽)과 제프 르나우 단장.
보스턴 감독에서 해고된 알렉스 코라.

뉴욕 메츠 감독에서 물러난 카를로스 벨트란

뉴욕 메츠 감독에서 물러난 카를로스 벨트란

야구의 발상지이자 세계최고의 리그임을 자부해온 미국의 메이저리그가 전자기기를 이용한 조직저인 사인훔치기 스캔들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와 한국 프로농구에서는 경기장, 혹은 SNS를 통한 인종차별 행위로 인해 선수들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정당당하고 공정해야할 스포츠계가 병들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이 카메라 모니터를 이용해 훔친 사인을 분석해 선수단이 활용했고, 쓰레기통으로 소리를 내 구종을 알려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MLB 사무국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홈 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했고, 원정보다 홈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들이 많았던 상황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최근에는 2019시즌 ALCS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친 알투베가 동료들에게 ‘내 유니폼을 찢지말라’고 당부하며 홈인하는 장면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자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육안으로 사인을 훔치고 이를 선수단에 전달하는 행위는 사실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으며, 안다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카메라와 모니터, 스마트워치 등 금지된 장비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사인을 훔치고 이용한 경우가 실제로 드러난 것은 휴스턴이 처음이다. 1승과 안타 1개를 위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또 평생의 꿈과 같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땀흘리는 30개구단 선수와 팬들을 기만하고 농락한 행위였다.

전 휴스턴 선수의 폭로가 터져나온 뒤 휴스턴은 이를 부인했지만 MLB 사무국 조사

결과 사실임이 드러났다.

사무국은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 대한 1년 자격정지와 함께 벌금 500만 달러와 2020,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 2라운드 지명권 박탈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규정을 이유로 당시 선수들에겐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적지않은 팬들이 요구했던 우승기록 삭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이후 휴스턴은 르나우 단장과 힌치 감독을 해고 했다. 당시 벤치코치로 사인훔치기의 핵심인물이었던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도 물러났고, 선수 중 주모자로 꼽힌 카를로스 벨트란 뉴욕 메츠 감독은 단 한게임도 지휘봉을 잡아보지 못한채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특히 코라 전 보스턴 감독은 아직 징계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휴스턴 추문의 주역인 동시에 2018 보스턴 감독으로서도 사인훔치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지난 2018시즌 비디오 리플레이 룸을 이용해 상대팀 포수의 사인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조사 중이다.

분명히 승리와 기록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받았을 휴스턴의 투수와 타자 등 선수들은 규정상 징계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개별징계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휴스턴의 사인훔치기 스캔들은 단순히 ‘작은(?) 이득’을 봤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년내내 휴스턴을 상대한 팀과 선수들, 수많은 야구팬들이 농락당했으며, 100년 넘게 이어져온 메이저리그라는 종목의 전통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1919년 8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블랙삭스 스캔들’, 80~90년대 수많은 괴물선수를 만들어낸 ‘약물파동’도 그랬지만, 이번 휴스턴 스캔들이 만들어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 우승 멤버들이나, 휴스턴 출신 레전드들은 자신들의 친정에 대해 ‘옹호발언’을 공식적으로, 혹은 SNS를 통해 내놓고 있지만 차라리 입 다물고 있는 것만 못해보인다. ‘월드시리즈에서는 쓰지 않았다’라거나 ‘다시 승리를 위해 뛰겠다’라는 발언은 사인훔쳐서 잘 썼지만 이제 안그러겠다는 추악한 변명의 다른 표현에 불과해 보인다. 다른 팀의 선수들도 휴스턴의 비리에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스캔들이 어떻게 마무리 되느냐는 당분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약물로 얼룩진 기록들과 선수들에게 대해서도 미지근한 태도를 견지해온 만큼 이번 스캔들 역시 휴스턴에 내린 징계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또 다시 ‘약물사태’같은 식으로 상황을 마무리 하려다간 메이저리그의 존재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할 것이 자명하다. 경기 하나로 수백, 수천가지 기록을 만들어내고 선수들과 팀의 가치를 매기는 종목인 야구가 이렇게 오염된다면 누가 그 경기를 보겠는가.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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