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영화 ‘남산의 부장들’, 왜 누아르 갱스터 무비 같을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총으로 쏴 시해한 10.26 사태가 일어나기 전 40여일간을 다룬다. 역사가 스포일러라 새로운 느낌은 없지만, 왠지 영화 내내 몰입이 되고,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다.

‘남산의 부장들’은 소송을 피하고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실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누구나 그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안다. 이 영화는 대통령 일당들이 권력의 달콤한 맛에 취해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서 벌어지는 2인자 충성경쟁의 말로를 그린다. 그러다 보니, 누아르의 느낌도 난다.

영화는 김재규가 떠올려지는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박통(이성민)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는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을 한 건지를 밝히는 게 아니다. 우민호 감독은 “사건과 역사에 나의 메시지를 담고싶지 않았다. 따라서 역사의 공과보다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하는 걸 담고 싶었다”고 제작 원칙을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독재타도와 민주화의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 부장은 박통이 자신보다 차지철 역할인 곽상천 경호실장(이희준)을 총애하면서 2인자 자리에서 점점 밀려나게 된다. 박통은 김부장에게 말한다.“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리고 나서 일을 처리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렇게까지 해라고 했어”라며 면박을 준다. 심지어 김 부장을 “친구도 죽인 ○”이라고 까지 말한다.

이처럼 박통의 말은 애매하다. 경호실장 처럼 듣고싶어 하는 말만 해야 하는 것일까? 김 부장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지고 와”라는 박통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니 김 부장은 박통을 만날때마다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를 물을 수 밖에 없다. 김 부장이 미국에서 박통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는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장(곽도원)으로부터 “각하는 2인자는 안살려놔. 태양은 하나니까”라는 말을 듣고, 박통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김 부장은 2인자였다가 하루아침에 권력에서 밀려난 박용각과 자신을 동일시했을 것이다.

이런 구도는 굳이 권력자 집단이 아니어도 기업과 친구 사이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 우 감독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균열, 파열의 감정에서 비롯된 충성, 배신, 질투, 시기, 집착은 우리 경쟁사회에서도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의 유지는 갱단의 이야기를 담은 갱스터 무비의 원조격인 ‘대부’ 처럼 돼버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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