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초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 인종차별·혐오주의 변질 우려

중국에서는 우한 시민을, 아시아에서는 중국인을, 서구권에서는 아시아인을 바이러스 취급

중국 식습관에 대한 편견과 공포가 인종차별로 변질 우려

 

영국 런던의 차이나타운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고 있다.[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우한 폐렴 공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전세계에 퍼지면서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불분명하고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우한 시민을, 아시아에서는 중국인을, 서구권에서는 아시아 사람을 싸잡아 배척하는 폐해로 이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중국인의 식습관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중국인 혹은 아시아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등 인종차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청원이 등장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아시아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식탁 빼고는 4개 다리를 가진 모든 것과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날아다니는 것을 먹는다’는 중국 식습관에 대한 오래된 편견은 혐오주의를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캐나다의 한 웹사이트에는 중국 식당을 가지 말라면서 “박쥐 조각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중국 유명 블로거가 2016년 게재한 박쥐 수프를 먹는 사진이 중국인의 ‘괴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떠돌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이 블로거가 남태평양 팔라우에 여행을 갔을 때 찍은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라반야 카시라벨루 사회학과 교수는 SNS상의 외국인 혐오 게시글은 식민지 시대 고정관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기 블로거 왕멍윈이 지난 2016년 6월 남태평양 팔라우 여행 당시 자신의 SNS에 올린 박쥐 수프. 해외에서 먹은 요리임에도 중국인의 식습관을 보여주는 증거로 SNS에 확산되며 잘못된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 [SNS갈무리]

외국인 혐오를 경계하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BBC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JeNeSuisPasUnVirus 또는 I’m not a virus)라는 해시태그(#)를 단 SNS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은 “나는 중국인이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바이러스를 무서워하는 건 알겠지만 편견을 멈춰라”라고 썼다. 중국계 프랑스인인 그레이스 리 작가 겸 감독은 중국인 혐오를 겨냥해 “사람들이 격리되고 죽는 것이 우스운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프랑스에서 중국인 혐오주의에 맞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SNS갈무리]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44명이 숨진 캐나다에서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장 크레티앵 전 캐나다 총리는 최근 토론토 차이나타운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다. 토론토 시의원과 중국 공동체 대표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계 주민을 비난하거나 차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SCMP는 이 같은 혐오 발언은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문제를 잘못 진단하게 해 더 큰 위험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은 우한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일한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논문을 실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한 뒤 (중국 식습관에 대한) 편견이 공포와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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