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행허가도 못 받고 발표만 덜컥…전세기 ‘오락가락’ 교민 불안만 키워

중국 허가 ‘불발’에 전세기 일정 연기돼

외교부 “밤 출발 목표로 中과 협의 중”

전세기ᆞ검역 문제 두고 ‘엇박자’ 계속

교민들은 “총영사관도 답 없어”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 체류 한국인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당초 30일 오전 출발할 예정이던 전세기 운항이 다소 늦어진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전광판에 나타난 우한행 항공편 일정.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며 봉쇄 조치가 내려진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고립된 우리 국민들을 위해 예정됐던 정부의 특별 전세기가 예정된 시간에 결국 출발하지 못했다. 정부의 발표와 달리 중국 측과의 이견이 계속되며 대피 일정이 지연되자 우리 정부의 외교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3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이날 오전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정부 특별 전세기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우한으로 이동할 예정이던 전세기 2편은 중국 측에 전달할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싣고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지만, 중국 측이 비행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결국 이륙하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밤새 중국 정부와의 협의가 계속됐지만, 아직 협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이라며 “오전 중 출발이 사실상 어려워 일정을 연기하고 저녁 중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중국 측과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8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재로 우한 폐렴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30일부터 이틀 동안 전세기 4편을 우한 톈허(天河) 국제공항으로 투입, 현지에 고립된 우리 국민 700여 명을 귀국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바지 세부 조율만 남았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중국 측은 우리 정부의 비행 일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가 중국과의 협의가 끝나기도 전에 비행 일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개국이 넘는 국가가 전세기 투입을 결정하며 현지 공항이 마비 상태인 데다가 검역과 통행 문제 등 중국 측과의 이견이 있음에도 먼저 일정을 발표하며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막판 협의에 실패하면서 현지 교민들에게는 ‘전세기 일정이 연기됐다’는 긴급 공지가 전달됐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대피 소식만을 기다리던 교민들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후베이성 한인회 관계자는 “외곽 지역에 있는 교민들은 중국 정부와 현지 주민들의 도로 봉쇄로 아예 공항에도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총영사관 측에 문의 전화를 하는 교민들이 많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와의 ‘엇박자’는 교민 검역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중국 측은 체온이 37.3도를 넘는 등 ‘유증상자’에 대해 ‘전세기 탑승이 불가하고, 중국 내에서 격리 조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러나 우리 보건 당국은 ‘유증상자도 같이 귀국시키겠다’는 입장과 ‘귀국이 어렵다’는 입장이 내부에서조차 엇갈리며 혼란을 더 키웠다.

정부는 ‘이르면 저녁에라도 전세기를 띄울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출발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교부는 앞서 강경화 장관이 직접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중국 측의 확답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외교부는 “외교부는 변경된 스케줄에 따라 우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이 최대한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항공사 등과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