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고민정, 박수현도 못피해갈 ‘대변인의 숙명’

‘김의겸 읍소’엔 ‘대변인의 정치학’ 숨어 있어

청와대 대변인은 영광과 악역의 ‘양날의 검’ 자리

대통령 방어하다 상대진영으로부터 ‘미운털’

세사람 역시 극명한 호불호…3인행보 주목

청와대 대변인직을 그만두고 4월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박수현(왼쪽부터), 김의겸, 고민정 전 대변인. [연합=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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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핸드폰 뉴스를 검색하다보니 세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세 사람은 김의겸, 고민정, 박수현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이들이다. 대변인 순서대로 보면 박수현, 김의겸, 고민정 순이다. 이들은 바통을 주고 받으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 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그만뒀다.

이들 이름이 한꺼번에 거론된 것은 오는 4월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현재 주요언론에 따르면, 김의겸 전 대변인은 군산, 박수현 전 대변인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고, 고민정 전 대변인은 광진을이나 동작을 출마가 예상된다고 한다.

민주당에 가장 환영을 받은 이는 고 전 대변인이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 박성준 전 JTBC 보도총괄 아나운서팀장,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와 함께 입당식을 가졌다.

고 전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더 나은 정책과 제도로 (우리시대)청춘들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무엇이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감의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출마 지역과 관련해서는 당에 모든 것을 일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 19일 전북 군산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는 김 전 대변인이다. 앞서 김 전 대변인은 총선에서 전북 군산 출마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에서 총선 예비후보 적격심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던 김 전 대변인을 놓고 당에서 과연 출마를 하게 해주는게 나은지, 출마를 막는게 나은지 최종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대변인은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해찬 대표에게 빨리 적격 심사를 해달라는 읍소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통해 그는 이 대표에게 “당이 저에게 가혹하다”고 했다. 매우 억울하다는 뜻이 묻어 있다.

기자가 주목한 것은 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당의 향후 판단과 그의 절절한 호소가 당위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아니다.

김 전 대변인은 SNS를 통해 “당이 저에게 가혹한 것은 아마도 언론, 특히 조중동과 종편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자 시절 ‘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열어 수구세력의 미움을 샀고, 대변인 때는 몸을 사리지 않고 대통령을 방어하다 보수언론과 척을 졌다. 그런데 그들의 프레임을 민주당에서조차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이제는 누가 그런 악역을 자처하겠는가”라고 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일하며 악역을 마다않고 온몸에 총대를 멨더니 돌아온 것은 상대 진영(보수)으로부터의 ‘미움’이요, 같은 진영으로부터의 ‘외면’이라는 뜻이다. 보수 진영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은 그렇다고 해도, 같은 진영에서 이를 커버해주지 않고 버리는 카드로 쓴다면 앞으로 누가 문재인정부를 위해 불쏘시개를 자임하겠느냐는 엄포성의 행간도 엿보인다.

김 전 대변인이 SNS에서 내놓은 메시지에선 이런 다급함이 엿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대변인이 이번 총선에서 출마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본인의 명예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그래서 군산 출마에 배수진을 치고 당에 호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민정(왼쪽에서 세번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고 전 대변인, 박 전 대변인의 경우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살아있을때 총선에 나가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 대변인의 숙명’과 깊은 관계가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양날의 검’과 같은 자리다. 국정의 최고 운영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고, 때론 그 메시지를 해석하면서 국민과 언론을 상대해야만 하는 청와대 대변인직은 영광의 자리다. 카메라에 얼굴을 비출수 있는 빈도가 청와대 어느 인사보다도 많은 빛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상대방 진영과 반대 시각을 지닌 일부 국민들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몰릴수 밖에 없는 자리다.

정부의 정책,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들에게 100% 선(善)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반대하는 편의 시각을 누르고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그 논리를 펴나갈때 일부에서의 적대감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직책이 바로 청와대 대변인인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이나 김 전 대변인, 고 전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문 대통령의 정책, 즉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최저임금인상 대기업 규제 같은 각종 이슈에서 방어하고 옹호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논리적으로 다소 허술한 점을 노출했고, 언론과 야당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일각의 날카로운 비판 대상이 됐었다.

김 전 대변인은 이를두고 ‘악역을 자처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사실 악역임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운명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이명박정부에서 대변인을 거쳐 홍보수석까지 한 이동관 전 수석도 이런 점에서는 더 구체적인 멘트를 내놨다. 브리핑에 관한한 달인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전 수석 역시 이명박정부의 모든 현안에 대해 방어논리에 치중하고, 대통령 의중에 대한 긍정적 해석을 내놓다보니 상대 진영(진보)으로부터 미움을 샀고 잦은 공격에 시달렸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었다. 이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신성일 시대에 대한 영화 얘기로 자신의 고충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확한 멘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를 찍다보면 신성일 같은 (멋진)주인공 역할만 할 수 있겠느냐. 누군가는 악당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 악당 역할을 청와대 대변인이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영광과 악역이라는 숙명을 비켜간 청와대 대변인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이같은 대변인의 숙명을 자기 것으로 활용하느냐, 아니면 숙명 앞에 좌절할 것이냐 모든 것은 표심(票心)이 결정할 것이다. 어떤 정부냐를 떠나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청와대 대변인 중 정치권에서 상대진영의 강력한 견제와 공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도 많다.

악역을 자처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나 박수현, 고민정 전 대변인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 출마를 확정짓고, 훗날 ‘살아남은 대변인’으로 기억되고자 총선을 향해 달리려 하는 것일게다. 물론 이들 운명의 키(Key)는 유권자가 쥐고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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