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워크맨’ PD, ‘펭수’ PD 3인의 유튜브 성공비책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유튜브는 계급장을 떼고 경쟁하는 공간이다. 족벌이나, 학벌 사회를 파괴한 새로운 생태계다. 남다른 소재를 창의적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하면 된다. 하지만 기획력이 더욱 탄탄하게 가미된다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며 주목받은 콘텐츠는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대표가 개설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한 ‘백종원의 요리비책’과 장성규의 다양한 직업체험 에피소드를 담은 ‘워크맨’, 자기표현이 강하고 엉뚱한 펭수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자이언트 펭TV’다.

최근 구글 스타트업 캠프스에서 구글 코리아 주최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워크맨을 기획한 고동완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 PD, ‘자이언트펭TV’의 이슬예나 EBS PD가 참가했다.

▶어떻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됐나

백종원:원래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게임을 좋아했는데 결혼하고 아내와 게임을 안하기로 약속했으니 탈출구를 찾아야 했는데, 그게 유튜브다. 게임에서의 의리와 정(情)이 유튜브와 비슷한 점이다. 유튜브는 모든 게 일률적으로 있는 백과사전이 아니라 무료서점에 들어간듯한 느낌이다. 장모님이 ‘백서방의 갈비찜은 뭐야?’라고 물어봤을때, 나의 레시피와 상관없는 게 블로그에 마구 돌아다녔다. 그게 유튜브를 하게 된 직접적 계기다.

고동완: JTBC 콘텐트허브에 입사한 지 1년이 안됐다. 면접시 대기실에서 ‘체험 삶의 현장’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물어보지 않아 머리속에만 담고 있었다. 그러다 장성규를 회사옆 술집에서 만났다. 평소 오바를 하는 장성규를 비호감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에게 오바스러움을 빼고 자연스러움을 장착하면 일반인과 옌예인 사이의 진정성을 뽑을 수 있겠다. 그래서 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김종민과 뇌피셜을 제작하면서 깨달았다. 정보를 함께 담아야 한다. 일단 직업세계에서 버는 돈을 리얼로 공개하자는 원칙만 세우고, 나머니는 하면서 쌓여간 것이다.

이슬예나: 작년 TF팀으로 발령났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였다. EBS는 어린이에게만 통하지, 초등학생만 되어도 안본다는 말들을 했다. EBS의 선한 가치는 좋지만,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 이상의 친구도 성인예능을 선호한다. 어른들이 볼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가르치는 게 아니고 쉽게 소통하는 것, 멋있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표현이 강하고, 돌발의 매력을 갖춘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주목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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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예나: EBS 캐릭터는 스튜디오와 애니메이션 형태로 나뉜다. 나는 직접 소통하며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캐릭터를 생각했다. 많은 캐릭터가 우주와 별에서 오거나 지구를 살리고 싶은 대의를 따르지만, 펭수는 남극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즉 자기 욕망을 지니고 그것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짜 맞춰진 각본이 아니라, 저희의 가치관, 철학, 세계관은 유지하되 자유롭게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예능에 가까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EBS 내부에도 말이 많다. EBS도 이런 걸 해? 펭수도 기존 캐릭터와 다르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평적인 화법을 취한다. 팬들과 소통하는 따뜻한 부분도 좋아해주는 것 같다.

고동완: 취업과 알바의 공감 포인트가 중요하다. 직업과 연출적인 재미를 아울러 제공한다. 레거시를 탈피하고 새로움을 추가한다. 장성규의 사이다 발언은 대리만족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백종원:사람들은 글자가 많은 요리책을 싫어한다. 쉽게 만들어야 한다. 나도 요리 시작할때 어려워서 힘들었다. 이렇게 허술한 사람도 한다. 내가 원래 허술하고, 실수도 하는 편이다. 그런게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간 요인이다.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는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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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예나: 다큐멘터리와 청소년 드라마를 연출해봤는데, 다양한 댓글을 보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면 이런 걸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팽수는 EBS와 유튜브 다 나가는데 실제 둘의 제작이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디지털에서는 아이템 선정과 구성에서 재밌고 편안하게 펭수가 움직여 소통할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한다.

고동완:몇년전 중국서 1년간 연수했다. 중국 디지털 예능 요리 프로를 맡았는데, 중국인들은 TV가 없고 점심시간에 모바일로 보는 걸로 바뀌어 있었다. 귀국후 모바일, 숏폼 공부를 했다. ‘워크맨’은 대본도, 작가도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직업과, 장성규가 뽑아내는 분량, 편집과 자막이 전부다. 여기서는 TV에서 보지 못한 자막이 나온다. 입 모양 자막이 여기서 탄생했다. 편집도 TV보다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

백종원:유튜브는 말을 막해도 된다. 제품 이름, 광고를 해도 되는데, 이게 재미있다. 유튜브니까 별 얘기 다해도 된다.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 제작진이 저에게 생방송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로움과 진정성이 유튜브의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의 매력을 좀 더 이야기해달라. 또 유튜브를 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백종원: 유튜브에는 요리 내공이 깊은 사람들이 많다. 내가 무협을 좋아하는데, 요리 비책도 있다. 저는 쉽게 접근한다. 내가 많이 보는 유튜브는 음식의 기원과 술에 관한 것이다. 내가 사업을 한 것은 취직하기 싫어서였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은 외국어 공부를 좀 더 하지 않은 것이다.

TV는 100명이 준비를 한다. 결정되면 변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튜브는 즉흥적이어도 된다. 창의성과 방향 설정에서 매력이 있다. 생각한대로 다 할 수 있다. 내 유튜브를 보고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제대로 먹고가면 한국 이미지도 좋아질 거라는 희망도 있다.

▶유튜브 제작시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고동완: 나는 밑으로 간다. 윗분들의 반응과 재미보다는 후배들의 반응을 본다. 내가 맞다는 걸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꼰대 마인드를 내려놓아야 한다. 선례가 없지만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슬예나:제작비도 적고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연출자가 빠지는 게 아니다. 다만, A부터 Z까지 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통제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PD가 방관자가 되는 건 아니다. 상황과 게임을 만들듯이 설정을 잘하고, 이런 상황에서 시너지가 나올 수 있겠다는 설계, 즉 디자이너라고 해야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백종원:태국을 갔을때 시골의 고기구이집에 손님이 많았다. 한국에서 이 아이템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한국불고기라고 하더라. 주인이 한국에 여행왔다가 맛을 보고, 그 곳에는 한국불고기 같은 게 없으니까 자기 것을 가지고 만든 거다. 이때, 깨달은 것이, 공유하다 보면 누군가 색을 칠하고, 나에게는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으로, 뭔가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다. 돌고 돌다 보면 노하우 많은 게 살아남고, 확장성을 갖는다. 이게 선순환이다.

▶앞으로 보여줄 콘텐츠, 제작방향은?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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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국내분에게는 좀 더 많은 요리를 만들수 있게 해주고 싶고, 해외분에게는 한식 식재료가 부족하겠지만, 우리 음식을 해외 사람의 눈높이에서 만들고 싶다. 그래서 그분들이 한국에서 한식을 먹고싶게 하기를 바란다.

고동완:구독자가 보고싶지 않은 건 빼자는 주의다. 과정을 많이 빼는 간결함의 미를 추구한다. 장성규가 선을 넘는 캐릭터라는 게 확고하게 잡혀있지만 종교, 정치, 젠더 이슈는 피한다. 또 지금까지 직업세계에서 을을 표현했는데, 갑이라는 사장들도 표현하고싶다. 직업적 공감성 외에 새로운 사람, 유명하지 않은 사람 등 구독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세상에선 롱런이 쉽지 않다. 6개월~1년 정도다. 이걸 깨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슬예나: 펭수는 우주대스타가 목표이지만, 이를 이룬 건 아니다. 당당하게 말하고, 그런 펭수를 좋아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빨리 스타가 돼 거품이 되지 않도록 탄탄하게 다져나가겠다. 진정성과 소통을 잃지 않고 롱런하는 게 목표다. 정보도 주면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또 하고싶은 말은?

백종원: 있는 그대로 하려고 한다. 실수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보낸다. 그런데 하다보니 생활도 바뀌더라. 카메라를 갖다 대니 착한 척을 해야 한다. 그 ‘척’이 실생활을 규제하게 돼 도움이 된다. 외국에서도 내 유튜브를 참고한다고 하니까 뿌듯해지더라. 유튜브에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하는데, 나는 사업 방향 목표를 정하는데 많은 참고가 된다.

또 유튜브는 자기 취미생활처럼 했으면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 한다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게임처럼 즐겨라.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했다면 얼마나 지옥 같겠냐. 연기가 좋아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의 수익은 적다. 내가 보는 관점, 현상, 특징을 얘기하는 건 좋다. 나는 음식점도 돈벌이라면 권유하지 않는다. 나도 먹는 게 좋아 음식점을 시작했다.

이슬예나: 펭수에 대한 요구사항들이 많다. 저희는 펭수를 지켜주고 싶다. 그런 인터랙션(상호작용)속에 ‘그알’ 패러디처럼 밀당하듯이 조금 보여주는 아이템이 나오고도 한다. 혼자 제작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남 얘기를 듣고 꼰대가 되지 않아야 한다.

고동완: 장선규를 이제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 출근하면 알바맨, 직업인으로 몰입해야 하므로 장선규를 연예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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