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끝모를 봉변’

CEO ‘투자전략 환경집중’에도

‘석탄기업 투자’ 이유로 타깃

독일 이어 프랑스서 기습시위

환경운동가들이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투자운용사 블랙록 프랑스 지사를 급습해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한 시위 참가자가 지난달 16일 “투자자들이여, 블랙록이 당신들을 위해 일하도록 주저하지 말라”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로이터=헤럴드경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프랑스 지사가 10일(현지시간) 환경단체의 기습시위로 한 때 봉쇄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블랙록을 향한 시위는 독일 등에서도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전략 결정 때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중심에 두겠다고 지난달 밝혔음에도 진정성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환경 운동가들은 이날 파리 루브르박물관 인근의 블랙록 프랑스 지사를 봉쇄, 스프레이 페인트로 바닥과 벽면에 ‘암살자 블랙록’, ‘나는 살고 싶다’ 등의 구호를 썼다.

이들은 성명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프랑스 건설사 빈치, 정유사 토탈, 금융사인 BNP파리바, 소시에떼제네럴 등을 거론했다. 한 환경운동가는 “이번 봉쇄는 프랑스 정부가 기후 변화 이슈에 대응하지 않는 데 대한 항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블랙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에 간여했다는 점을 들어 시위 대상으로 꼽혔다고 보고 있다.

에드 스위니 블랙록 대변인은 시위와 관련, “폭력적인 난입과 공공기물 파손행위를 규탄한다”며 “우리 직원들을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한 이른바 ‘지속가능성 서약’도 환경·사회적 우려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라는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핑크 CEO는 주요 기업의 CEO에게 지난달 서한을 보내 석탄 생산기업을 포함해 환경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높은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선 발을 빼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블랙록은 7조달러(약 8109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핑크 CEO는 이후 이달 독일의 지멘스에 대해 “잠재적 리스크를 더 철저히 검토하라며 사실상 질책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논란이 일고 있는 호주 탄광 관련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랙록은 지멘스의 최대주주다.

그러나 블랙록의 이런 친환경 행보가 성공하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회사 자산의 3분의 2 가량이 각종 지수에 묶여 있다. 결국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블랙록의 제안을 받아 들일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블랙록이 지분 10% 이상 투자한 에너지 기업 49곳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32곳이 환경 관련 정책을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카이트 램버튼 미 펜실베니아대 워튼스쿨 교수(마케팅)는 ”블랙록은 신탁자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꽤 점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환경운동가들을 만족시킬 순 없을 것이고, 지구를 만족시킬지를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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