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읽는 신간] ‘땡스 갓, 프라이데이’ 외

▶땡스 갓, 프라이데이(심너울 지음, 안전가옥)=2019 SF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심너울 작가의 첫 단편집, 2018년 첫 발표작 ‘정적’과 SNS에서 화제가 된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를 비롯, 신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신화의 해방자’,‘최고의 가축’등 다섯 편을 실었다. ‘정적’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어느날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 상황이 배경이다. 구의 경계를 벗어나면 전혀 이상이 없다. 사람들은 소리가 사라진 이상한 동네를 탈출하고 집값은 떨어진다. 반면 장애인들에겐 인기 동네가 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연착되는 전철을 기다리다 못해 역에 작업실을 차린 인기 웹툰 작가의 이야기. 그런가하면 표제작인 ‘땡스 갓,~’은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사랑하는 9급 공무원 김현의 기묘한 시간여행을 그려낸다. 부조리한 현실의 경계를 SF장르 어법으로 가볍게 넘어간 독특한 설정이 더 큰 공감을 자아낸다.

▶1493(찰스 만 지음, 최희숙 옮김, 황소자리)=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더이상 환영받는 인물이 아니다. 잔인한 행동, 제국주의 앞잡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로 종종 묘사되곤 하는데, 이런 콜럼버스를 저자는 다시 소환, 재조명했다. 다름아닌 인류의 역사에서 생태계 변화를 몰고 가장 중요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콜럼버스 이전 세계는 생태상 뚜렷하게 구분된 세계에서 어느 쪽은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세계가 단박에 하나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상륙 이후 수백 년간 이어진 혼란스런 지구상 대격변의 현장을 직접 누비면서 역동적인 변혁의 파노라마를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중국 명나라 화폐로 쓰일 은을 캐내고 운반하느라 강제노역에 시달린 볼리비아 포토시 광산의 아프리카 노예들, 중국의 도자기를 애태우며 기다리던 스페인과 서유럽 귀족들, 감자와 고구마 덕에 벗어났지만 마구잡이로 산림을 파헤쳐 산림 황폐로 침식과 홍수가 도미노처럼 발생한 중국 등 대혼란의 여정이 이어진다. 흔히 세계화, 글로벌리제이션이라고 부르는 경제생태 시스템, 균일화·동질화란 ‘호모제노센’의 기원이라 할 만하다.

▶철학자의 식탁(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골치아픈 철학의 주제를 음식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철학이야기. 칸트와 플라톤이 모인 식탁에선 무얼 먹고 어떤 대화가 오갈까. 사제이자 엄격했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식탐을 어떻게 생각할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자들은 채식주의와 어떻게 만나는지 식탁 위에 맛깔스럽게 소개해 놓았다. 윤리적인 소비로 불리는 로컬 푸드라는 개념을 루소의 ‘에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에밀’의 교사는 어린 주인공이 처음 연회에 참석하게 되자, 수많은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손을 거쳤는지 생각해보게 하고, 며칠 뒤엔 흑빵이 놓인 농장의 식탁과의 비교를 통해 성찰로 이끈다. 동물복지의 선구자랄 피터 싱어와의 대화, 회의론자의 시각으로 보는 다이어트, 회의론자와 스토아주의의 장보기 등 입맛 당기는 주제들이 많다. 콩도르세의 오믈렛, 데이비드 흄의 여왕의 수프 등 철학자들의 레시피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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