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실리콘모션 인수한다면…

SSD 역량강화·컨트롤러 매출확대

시스템반도체 매출 20조 전망

그래픽디자인=이은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선언하자 인수합병(M&A) 시장도 들썩였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4%밖에 되지 않아 자체 성장뿐 아니라 대규모 M&A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업체는 어디일까.

12일 M&A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업체인 실리콘모션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트롤러는 데이터를 읽고 쓰는 순서를 정하는 등 SSD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실리콘모션을 인수한다면 SSD 역량 강화는 물론 컨트롤러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 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M&A란 평가다.

1995년 미국 산호세에 설립된 실리콘모션은 20년 이상 낸드플래시 제어칩(컨트롤러 IC)을 개발해왔다. 인텔,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제품을 납품, 지난 10년간 출하한 컨트롤러가 60억개가 넘는다. PC, 스마트폰을 넘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자동차 애플리케이션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SSD 업체들은 수요가 급팽창하자 일찌감치 SSD 컨트롤러 업체 인수에 나섰다.

2011년 3월 미국 저장장치업체인 OCZ가 한국 인디링스를 인수했고 또 다른 저장장치 회사인 LSI는 업계 2위인 샌드포스를 사들였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에어 등에 쓰이는 컨트롤러를 만들던 이스라엘 어노비트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대만 이노스터 컨트롤러사업부를 인수해 SSD 성능 강화에 나섰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SSD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러 업체 인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SD 컨트롤러는 대부분 자체 생산하는 등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실리콘모션은 저가형 SSD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 주로 공급함에 따라 삼성이 기술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리콘모션 인수를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때문이다. 실리콘모션은 SSD 컨트롤러 등 시스템반도체로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악화에도 45억7300만달러(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매출 추정치는 약 13조원. 삼성전자가 실리콘모션을 인수하면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단숨에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미국 증권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모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8000만달러(950억원)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EV/EBITDA 멀티플은 낮게는 12배에서 높게는 15배 이상이다. 실리콘모션의 지난해 추정 EV/EBITDA 멀티플인 13.8배를 EBITDA에 곱하면 기업가치(EV)는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김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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