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어려워졌나…은행들, 부동산 담보 더 잡았다

대출잔액은 오히려 줄어

경영악화 대비 선제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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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내 주요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줄었지만 부동산 담보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들이 담보를 요구하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뜻도 되지만, 회사채 자금조달하기 여의치 않은 대기업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대기업 경영상황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이 기록한 기업대출 총 잔액은 422조8466억원으로 전년보다 5.5%(약 22조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비은행권까지 집계한 국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153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5% 늘어났다. 기업대출 확대는 금융권 전반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새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산정기준은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린 주요한 유인이 됐다. 새 예대율 기준에 따라 올해부터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예대율을 계산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p)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p 내린다. 가계대출 총량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려야 한다.

지난해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 은행별 증가율은 하나은행 10.5%, 우리은행 7.2%, 신한은행 7.3%, 국민은행 5.4% 등의 순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이 취급한 대기업 대출은 3~4% 가량 잔액이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대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 자금을 조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대출 중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대기업 대출 가운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2018년 말 33.5%에서 지난해엔 35.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 국민은행이 대기업에 내준 부동산담보대출 비중도 3~4% 가량 높아졌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에도 ‘우량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할 것을 고려해 건전성 중심의 여신 리스크 관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도 대기업의 담보대출 비중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기업들은 자금 흐름이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은행권 유인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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