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곽신애 대표 “문화적 주눅 들었지만, 용기 있는 선택한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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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아카데미 4관왕의 주역인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52)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가 아카데미 시상식과 ‘기생충’ 제작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털어놨다.

곽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기 직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푼 오찬에 다녀왔다면서 오찬 메뉴중에는 ‘대파를 뜸뿍 넣은 짜파구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곽 대표는 “감독상 받는 순간에 작품상도 받겠다고 예상했다”고 했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는 경우는 작품상뿐이다. 내가 올라갈 일이 있을까 하고 앉아있었다. 그런데 감독상 받는 순간, 작품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감이다. 현장 체감은 우리가 1등이었다. 그날도 행사 다니느라 메이크업이 다 지워지고, 립스틱도 못 발랐는데, 작품상이 발표되더라.”

곽 대표는 “미국 캠페인에 가 처음 합류한 미국영화연구소에서 상을 받는 날, 우리 테이블이 가장 붐볐다. 악수와 사진 요청을 받았다. 우리 팀에게 보내는 눈빛이 과할 정도였다. 브래드 피트가 우리랑 사진을 찍었을 때였다”라고 말해 ‘기생충’의 수상 행렬을 어느 정도 예견했음을 전했다.

곽 대표는 “‘오스카 여정’은, 즉 상을 주는 것은 역사를 뒤집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면서 “과연 작품상까지 우리에게 투표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들도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 두려울 수도 있는데… 그들에게 경의를 바치고 싶다”면서 “우리만 좋은 게 아니라 아시아 영화, 아시아인, 비영어권, 미국이 아닌 곳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것 같고, 의미있는 자극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곽 대표는 아시아 여성 프로듀서로는 최초로 첫 작품상을 받은 케이스다. 92년만에 새 역사를 만든 셈이다.

“영어도 안되고, 한 구석에서 ‘문화적 주눅’이 들어있었다. 우리를 별로 반기지도 않는 것 같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우리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우정 같은 걸 느꼈다.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안 친해도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나.”

곽 대표는 ‘기생충’을 제작하게 된 인연도 공개했다. 그는 “봉 감독이 시놉을 보여줄 때가 2015년 4월이다. 그 전에는 두 가족 이야기라고 말로 했다. 데칼코마니(Decalcomanie) 또는 패러사이트 (parasite)라고 했다”면서 “봉 감독과 공식적으로 만났을때, 그가 안해도 된다고 했다. 우리는 할 건데요라고 했다. 빈부문제를 다룬 시놉이 재미있었고 잘 읽혔다. 재미와 의미가 다 좋았다. 칸 경쟁부분은 가겠지 정도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곽 대표는 1994년 영화전문지 ‘키노’의 기자로 시작해 영화계에서 마케팅, 제작을 두루 거쳤다. 30년 가까이 영화판에서 묵묵히 일해온 것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특히 여성 프로듀서에게는 좋은 롤모델이 됐다.

그는 “영화를 예술로 보는 매체 출신이라, 현장에 나오니 고민이 있었다. 의미만 찾아서는 안되고 셀링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게 딜레마였다”면서 “그래서 제가 좋아하던 영화를 일부러 안봤다. 하지만 내가 생긴 모습과 멀리 갈 수는 없었다”면서 “‘극한직업’은 좋지만, 내가 못만들 영화다. 오빠(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보면서 나는 못만들 영화라는 걸 느꼈다. 내가 참여할만한 영화와 내가 참여해 마이너스 될 영화를 구분했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제가 만들어도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았다. 엄 감독과는 또 작업하기로 했다. 나는 독립영화와 주류영화 중간에 있는, 자기세계가 분명한 영화가 나에게는 좋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논란이 된 이미경 CJ 부회장의 긴 수상 소감에 대해서는 “저와 봉준호 감독이 동의한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CJ 실무진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이다. 작품상 소감 1순위는 저이고, 2순위는 봉 감독인데, 제가 소감을 말하고, 봉 감독은 이미 몇차례 수상 소감을 얘기한 터라 마이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면서 그 다음인 이미경 부회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게 논란이 돼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곽 대표는 “작품상을 준 제이 폰다(시상자)에게 죄송하다. 상을 받고 정신이 없어 포옹이나,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평소 존경한다고 편지를 쓰고싶다”고 했다.

이어 곽 대표는 “제작자로서의 내 역할은 감독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봉 감독이 한 말중 가장 기분 좋은 말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편하게 일했다. 후회가 없다‘라는 말이다. 제작자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과의 차기작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얘기한 것은 없지만 ‘썸’을 타는 단계다. 한국영화는 우리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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