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스포츠도 덮치다

한국 프로농구·배구 무관중 경기

프로야구 시범경기 최악땐 취소

도쿄 올림픽 장소 변경 등 거론

이태리 세리에A도 일부 경기 연기

23일 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펼쳐지고 있다. [연합]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스포츠계도 유례가 없는 후폭풍에 휘말렸다. 사람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인 만큼 일정파행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 규모와 시한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시즌이 진행중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며 경기를 치르다가 결국 ‘무관중경기’로 선회했다. 어차피 관중들도 불안함때문에 경기장을 많이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중입장을 고집하다 확진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서는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21일 무관중 경기에 돌입했고, 한국농구연맹(KBL)은 D-리그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해왔으나, 25일 리그 중단·단축과 무관중 경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배구연맹도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한국배구연맹은 22일 사무총장 주재 팀장급 긴급회의를 가졌고 23일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핸드볼실업리그는 아예 시즌을 단축해서 끝냈다. 총 3라운드가 치러지는 여자부는 지난 22일 2라운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고, 4라운드 중 3라운드까지 마치려던 남자부는 일정도 채 끝내지 못한 채 23일 시즌을 마무리했다.

봄이면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가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도 고민에 빠졌다. 이번 주 개막예정인 프로축구연맹은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구FC-강원FC, 포항스틸러스-부산아이파크의 경기를 미뤘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훈련장인 파주NFC를 23일부터 봉쇄했다. 현재 파주에는 2020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여자축구대표팀이 중국과의 최종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훈련 중이다.

내달 14일부터 시범경기에 들어갈 예정인 프로야구도 비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지 않을 경우 시범경기 일정을 조정 및 단축하거나 무관중 경기로 시행하고, 최악의 경우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열릴 예정인 6경기를 시범경기 후반으로 미루거나, 또는 전체 일정을 늦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음달 28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의 경우 일단 정상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올림픽 휴식기도 있어서 추가로 일정이 중단될 경우 경기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도 비상=무엇보다 7월24일 개막예정인 2020 도쿄 올림픽 개최여부가 현재 초미의 관심사다. 올림픽 특수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일본의 아베 정권은 ‘아무 문제 없다’며 앵무새처럼 되뇌이지만, 중국, 한국 등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증가한 외국 선수들이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초유의 취소 혹은 개최지 변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중계권 계약과 광고계약 등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간 상황에서 IOC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대회취소나 개최지 변경을 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하계올림픽이 취소된 것운 양차 대전 당시 3차례 뿐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이달 말부터 5월까지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대비한 종목별 테스트 이벤트를 19번이나 개최해 대회 준비 상황을 마지막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도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망자가 발생한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에서 열리는 모든 스포츠 일정 연기를 결정한 상태다. 또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 일부 경기가 연기됐다. 세리에 A 인터밀란은 밀라노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23일 열릴 예정이던 25라운드 삼프도리아와 경기를 연기했다. 세리에 A 사무국은 이 경기와 함께 23일 경기 3경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세리에 A뿐 아니라 세리에 B(2부리그)를 비롯한 아마추어 경기 등 40여 경기가 연기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음 달 일본에서 치를 예정인 일본과의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간 친선경기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인터넷판에서 남아공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남아공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우려로 다음 달 일본에 축구 대표팀을 보내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남아공과 일본 U-23 축구대표팀은 3월 27일 일본 교토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남아공축구협회의 게이 모코에나 최고경영자(CEO) 대행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측에서 재고를 요청했으나 결정을 바꿀 생각은 없다. 우리는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선수들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매일 늘고 있고, 우리는 큰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리그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호치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요청에 따라 J리그 사무국이 리그 중단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23일 보도했다.

J리그 사무국은 우선 20~21일 이틀에 걸쳐 각 구단 사장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선수나 프런트가 감염되면 해당 팀의 다음 경기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올림픽 예선, 골프대회 역시 세계 각지에서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획기적인 상황변화가 나타나지 않는한 스포츠계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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