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코로나19 안전지대…유럽서 확진자 속출

이탈리아  ‘확산일로’…확진자 322명, 사망자 11명

크로아티아, 스위스, 스페인 본토서 첫 확진자 보고

미국 보건당국 “지역사회 전파 보게 될 것” 경고

이탈리아에서 최초 감염자가 불분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하면서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유럽국가들에서 첫 확진 사례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감염자 증가로 봉쇄령이 내려진 11개 이탈리아 소도시 중 하나인 산 피오라노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인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다.[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본토를 넘어 전대륙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국가들에서도 첫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찍이 중국 방문 외국인에 대한 ‘빗장’을 걸어잠구며 ‘전염병 통제’의 자신감을 보여온 미국의 보건당국조차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언급하며 본격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내 확진자 급증으로 ‘방어선’이 무너진 유럽대륙에서는 각국의 첫 확진자 발생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거론됐던 이탈리아는 25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 322명, 사망자 11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덮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유럽대륙 전체를 ‘영향권’으로 몰아넣었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크로아티아와 스페인 본토, 그리고 스위스에서는 이날 첫 확진자가 나왔다. 크로아티아에서는 감염성 질환으로 수도 자그레브에 입원한 환자에게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스페인 언론 라 반구아디아에 따르면 현지 보건당국은 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서 코로나19 감염사례를 확인했다. 스페인 본토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스페인은 카나이라 제도와 마요르카 섬에서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 관광객들의 확진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이탈리아 이웃국가인 스위스도 전염을 피하지 못했다. 스위스 국영방송 RTS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부 티치노 칸톤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연방 공중보건국은 이 환자가 70대 남성으로, 지난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유럽국가들은 언제 덮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자국 내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모든 대중교통의 운행을 중지, 전염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재정악화로 10년째 정부 예산 삭감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 코로나19가 상륙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에서 최초 감염자가 불분명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유럽국가들에서 첫 확진 사례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EPA=헤럴드경제]

미국은 바이러스 확산세가 급속도로 빨라지는 ‘지역사회 감염’ 발생 가능성을 상정, 대비에 나섰다. 현재 미국에서 확인된 확진자 수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57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발병이 매우 빠르게 진전하고 확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될 것이며, 이제는 그것이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가 국경을 막론하고 지구촌 곳곳에 전방위적 확산됨에 따라 이번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수준에 도달했거나, 혹은 임박했다는 평가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메소니에 CDC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메소니에 국장은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사망 가능성과 대인 감염과 더불어 (팬데믹의) 세 번째 기준인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을 향해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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