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 발묶인 인력…기업 글로벌 생산기지 ‘직격탄’

삼성 중국 시안2공장 등 셧다운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중동, 미국 등 전 세계를 덮치면서 올해 가동이나 증설 예정인 국내 주요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타격을 줄이기 위해 현지인력 풀가동, 건설일정 단축, 외교적 지원 요청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 마련에 나섰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대유행)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세계 각지에 위치한 공장 셧다운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을 위해서는 미국·유럽 등에서 장비 등 전문가들이 대거 들어와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까지 확진자가 늘어 출입국 제한 조치가 확대되면서 공장 가동 일정에 차질을 줄까 걱정이 크다”며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중국 시안(낸드플래시 2공장)과 우시(시스템아이씨) 공장 가동을 각각 계획 중이다. 이들 기업은 현시점에서는 공장 가동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사실상 비자발급을 중단하면서 연구개발(R&D) 등 필수인력 파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더 심각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빅닌성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 개조에 700여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야 하지만 코로나로 발이 묶였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달 29일부터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14일간 격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OLED는 갤럭시S20, 갤럭시Z플립 등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때문에 만에 하나 공장 가동이 지연될 경우 삼성전자까지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올 1분기 중국 광저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공장 양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분기안에 양산준비 완료하겠다고 했던 계획은 변동이 없다”면서도 “다만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이로 인해 경영환경변화가 커지면 그때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유럽시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 전초기지인 폴란드 공장의 증설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LG화학은 국내 기술인력의 현지 입국이 막힐 경우 본격 생산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이 가속화될 경우 최근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의 터키 가전업체 공장부지를 인수하며 생산설비 확대를 추진하는 시점에서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고기능 자동자 부품 원료를 생산하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증설을 마무리한 롯데케미칼도 정상 가동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우리나라에 대해 입국 금지를 선언한 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인도 전역에 판매하고 있는 셀토스의 인기가 식을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 착공한 현대위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지역의 확진자가 2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공사는 러시아 현지 업체가 맡아서 진행중”이라며 “인력과 자재, 장비의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내년 1월 양산을 목표로 체코 오스트라바 시에 핫스탬핑 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하고 올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아직 건설 일정이 여유가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현지 건설 업체 등과 일정 단축을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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