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JLPGA 한국 선수 후원의 비밀

 

이미지중앙 일본 골판지 재생용지업체 아이작과 후원 계약을 한 이지희.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21년간 활동하면서 23승을 쌓아올린 이지희(41)가 일본 도야마에 본사를 둔 아이작과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주 일본 미디어들은 이지희가 올 시즌부터 모자, 골프백, 우산 등에 아이작의 로고를 착용하고 출전한다고 보도했다. 1953년에 창업해 골판지나 재생용품을 제조 판매하는 아이작 관계자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진화하며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이 선수의 자세에 공감해 후원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41세 생일을 맞은 이지희는 “목표인 상금왕과 영구 시드 타이틀을 따내는 과정이 힘들겠다 생각했으나 이번 계약으로 목표 달성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JLPGA투어에서는 통산 30승 이상의 선수에게 영구 시드권을 주는데 이지희는 아직 7승이 부족하다.

지난 2000년 일본투어 퀄리파잉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일본무대로 진출한 이지희는 2001년 다이오제지 에르에어 레이디스에서 첫 우승한 이래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지난해 4월엔 KKT 판테린 레이디스에서 23승을 달성했다. 또한 9월 데상트 레이디스 도카이클래식 첫날에는 불혹의 나이에 개인 베스트 스코어인 63타를 치는 등 베테랑의 관록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2002년부터 19년 연속 상금 50위 이내에 들어 후도 유리의 기록(17년)을 깨고 이 부문도 독주하고 있다. 요즘처럼 한일 관계가 얼어붙은 와중에 한국 선수인 이지희에게 후원한 아이작은 한 분야에서 변함없이 집중하는 끈질긴 장인정신과 프로의 근성을 높이 산 것이 후원의 이유로 짐작된다.

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후원이 종종 뉴스로 나온다. 지난해 일본 투어에 합류한 배선우(26)는 지난 1월 일본의 부동산 개발 건설사인 다이와랜드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배선우는 모자에 다이와랜드그룹 로고를 2022년까지 3년간 붙이고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그는 지난해 일본투어 루키로 2승을 거두고 상금랭킹 4위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진출 첫해에 거둔 놀라운 성과가 후원 계약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미지중앙 이보미는 일본 기업 4개사 한국기업에서도 4개사의 후원을 받는다.

2011년 일본에 진출해 JLPGA투어에서 2년간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21승을 쌓는 등 큰 인기를 누리는 이보미(32)는 노부타그룹 외에 코카콜라재팬, 혼마 등 4개의 일본 기업에서 후원을 받는다. 상금왕을 한 2015~16년에는 무려 17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이보미는 특정 대회에서 컷 탈락해도 꾸준히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외부 변수에 상관없이 오래되고 두터운 팬층이 있다는 건 후원 기업이 선수를 평가하는 주요 포인트다.

2014년 JLPGA투어에 데뷔해 지난해 3승을 추가하면서 24승을 쌓은 신지애(32)는 모자에 일본 후원사인 쓰리본드 외에도 지난해 초 한국계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인 다이헤이요클럽과 5년간 후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신지애는 2018년 JLPGA 메이저 3연승을 거두고 지난해에는 L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시즌 60대 타수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신지애의 평균타수 69.9399타는 일본 여자 선수로서는 달성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후원사는 신지애가 거두는 전인미답의 성과와 개척정신을 높이 샀으며 후원을 통해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를 동일시하는 효과를 노린다.

한국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일본으로 건너가 통산 28승으로 영구 시드에 2승 만을 남겨둔 안선주(33)는 2018년 시즌을 포함해 상금왕을 네 번 이나 달성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승수를 집어삼키는 안선주를 알아본 일본 햄버거 체인인 모스버거는 2014년부터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용품사인 캘러웨이골프는 안선주와 올해 새로운 용품 계약을 한 데 이어 2017년부터 JLPGA 대회에 종종 출전하면서 섹시스타로 인기 높은 안신애(30)와는 2020시즌에 크롬소프트 볼 계약을 체결했다. 아디다스재팬은 이보미, 안신애와 골프화 계약을 맺었다. 아디다스재팬은 일본 선수인 오카야마 에리, 모리카 하루타와도 같은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보미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인기와 상품성에서 이들이 투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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