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대신 ‘손석희’ 언급 조주빈…”‘동급’ 피력한 열등심리”

“과대망상 사고 존재…관심초점 분산하는 주도면밀 의도”

“꾸준한 봉사활동은 철저한 양면성…중압감 더는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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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있다.(뉴스 1)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은 처음 공개석상에 서서 사죄의 대상으로 가학적인 성적 착취를 당한 여성들이 아닌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입에 올렸다.

경찰은 이들이 텔레그램에서 유통된 영상과는 관련이 없고, 조씨에게서 사기 피해를 당한 정황이 있어 조사를 하고 있다. 손 사장은 이날 JTBC를 통해 조씨는 손 사장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속여 손 사장에게 접근해서 돈을 뜯어낸 후 잠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조씨에게는 여성들이 당한 파괴적 피해보다 남성들이 입은 사기 피해가 우선순위였던 셈이다. 범죄학 분야 전문가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조씨의 발언 배경에 여성혐오와 열등감으로 기인한 자기과시 성향, 관심 초점을 흐리고자 하는 교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열등감 때문에 ‘손석희’ 언급…’호형호제하는 사이’ 거짓말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센 남자만 자신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비하적인 태도가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죄의 대상으로 여기지조차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조씨에게 피해자들은 자기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지시에 따라 조종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며 “비인간 대상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인 것”이라고 조씨에게 여성혐오 정서가 있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정서가 열등감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 열등감 때문에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등을 언급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조씨는 남녀를 차별하는 가부장적 사고에 매달린 것으로 보이는 한편, 본인은 가장이 될 수 없는 캐릭터라는 현실 인식이 있으니 카메라를 들이대자 ‘나도 이들 정도 수준의 사람’ ‘서로 사과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고 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자신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이기를 바라는 과대망상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텔레그램 ‘n번방’ 관련 내용을 언론에 제보하고 있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조씨는 평소 텔레그램 채팅방 회원과 나눈 대화에서 ‘손 사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이밖에 언론계, 정계, 연예계에 연이 있는 거물인 양 행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손 사장 등을 입에 올린 것이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의 초점을 분산시키기 위한 주도면밀한 행위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첫 단어가 중요한데, 그게 ‘손석희’였다는 데는 범죄자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돌리려던 것이든 초점을 흐리려던 것이든 의도한 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씨의 발언 이후 각종 추측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경찰은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인데도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등이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돼 수사 중이라고 서둘러 설명을 내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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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뉴스 1)

◇꾸준한 봉사활동은 ‘이미지메이킹’용…죄책감 덜려는 의도도

조씨의 행동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은 더 있다. 엽기적인 범죄행각을 저지르는 것과 동시에 봉사단체에서는 모범적으로 활동하면서 ‘선량한 시민’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씨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 데에는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범죄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범죄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도면밀한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공 교수는 “과거 연쇄살인범들 중에서도 사회적 봉사활동을 많이 하거나 착한 사람, 평범한 시민, 자기희생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이들을 더러 찾을 수 있다”며 “범죄수익을 충분히 올리고 나면 ‘갓갓’(n번방 최초 운영자)처럼 잠적한 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으로 자신을 전시시키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학과 교수는 “철저하게 ‘변환스위치’를 누르면서 양면성을 실천한 것”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조씨는 범죄학 지능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수정 교수도 “조씨는 모범시민으로 위장을 하고,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는 조씨의 봉사활동이 ‘죄책감 덜기’의 과정이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 교수는 “박사방 범죄를 합리화하려면 죄책감을 경감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텔레그램 범죄로 인한 심리적 중압감을 경감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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