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 갖춘 ‘뉴요커’ 피난행렬…계층갈등 신음하는 뉴욕

맨해튼 부유층, 인근 소도시로 피신

브루클린 등 중산층 상대적 박탈감

일부 재벌 카리브해 피신 “모두 안전하길” 분노 유발

쿠오모 뉴욕주지사, 전국 의사들에 “와서 도와달라”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뉴욕주(州)의 뉴욕시 거주 부유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걸 우려해 인근 지역에 제2의 집을 물색해 피신하고 있다. 피난처가 된 동네는 인구 증가로 인한 병원 시설 부족, 월세 상승 현상이 빚어진다.

일부 억만장자는 바이러스를 피해 카리브해 섬으로 휴양을 떠난 듯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빈축을 샀다. 상대적으로 벌이가 변변치 않은 사람은 감염 위험 속에 버티는 와중에서다.죽음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휘청대는 미국은 계층간 충돌로도 신음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포브스에 따르면 뉴욕시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몇 주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맞물려 제2의 집을 찾아 피신하는 뉴요커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속도로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이들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뉴욕주와 인접한 뉴저지·코네티컷주를 아우르는 이른바 ‘트라이-스테이트(tri-state)’엔 최근 여행경보가 발령됐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7325명(사망자 1342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과 권력이 있는 뉴요커들은 피난처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연소득 8만달러가 넘는 맨해튼 거주자들이 주로 움직이는 걸로 파악된다.

파급력은 꽤 크다. 뉴욕주 서퍽카운티에 있는 사우스햄튼의 인구는 10만명을 찍었다. 몇 주 전 6만명에서 확 불어난 것이다. 월세도 크게 뛰었다. 허드슨밸리의 경우 4000달러였던 데서 1만8000달러로 4배 이상 올랐다. 돈 있는 뉴요커 몰려든 영향인데, 코로나19 환자를 다루기엔 준비가 부족한 소도시 병원엔 위협이 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난터켓·마서스비니어드·블록섬 등 부유한 동네도 병원 기반시설이 부족하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미 해군의 병원선(船) ‘컴포트’호(號)가 30일(현지시간) 뉴욕에 입항하기 위해 월스트리트 등이 있는 로어맨해튼 지역을 지나고 있다. 이 배엔 1000개 병상과 12개의 수술실 등이 있어 코로나19 피해로 고통받은 뉴욕을 지원할 걸로 기대된다. [AP=헤럴드경제]

뉴욕시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자치구인 브루클린·퀸즈(연소득 5만6000~6만4000여달러) 등의 거주자는 이런 피신은 꿈도 꾸지 못하고 꼼짝없이 아파트에 갇혀 사는 처지다. 도시를 등지는 부유층의 탈출 행렬이 중산층·노동 계층에 달가울리 없다.

음반계 억만장자 데이비드 게펀은 빈부격차로 인한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지난 밤의 석양, 바이러스를 피해 그레나딘(카리브해의 섬)에 고립돼 있다. 모두가 안전하길 바란다”는 글을 5억달러가 넘는 초호화 요트 사진과 함께 게재하면서다. 비난과 분노가 쇄도하자 결국 그는 이를 삭제했다고 포브스는 소개했다.

뉴욕주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황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임시병동이 마련된 맨해튼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엄청난 손실과 고통, 눈물이 있다. 뉴욕주 전역의 모든 주민이 엄청난 비탄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전역의 전문 의료진들에게 요청한다”며 “보건 위기 상태에 놓이지 않은 지역이라면, 지금 뉴욕으로 와서 우리를 도와달라”라고 강조했다.

뉴욕시의 피해가 가장 크다. 뉴욕주의 사망자 3명 가운데 2명은 뉴욕시에서 나온 걸로 집계된다. 이날 뉴욕시엔 미 해군의 병원선(船) ‘컴포트’호(號)가 도착해 가동에 들어갔다. 1000개 병상과 12개의 수술실, 방사선과, 약국, 의료연구소 등이 이 배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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