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vs. HDC…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치킨게임’

코로나19로 경영악화…인수조건 변화 불가피

물밑협상 진행 가능성…무산되면 산업은 타격 커

[사진=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헤럴드경제=김성훈·양영경 기자]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이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맞이하면서 산업은행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줄다리기에 돌입했다. 양측 모두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회장의 ‘치킨게임’ 양상이다.

지난 3월 27일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4월7일로 공시했던 유상증자 납입일을 무기 연기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업체는 인수합병(M&A)은 국내외 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당초 4월7일까지는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납입일을 정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심사가 늦어지면서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HDC 측도 “4월 말까지 계약을 완료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기존 조건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HD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의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산은 입장에서는 팔리 넘기고 싶지만, HDC 입장에서는 상황변화에 따라 조건변경을 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산은도 HDC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있다. 산은이 HDC의 사정을 봐줄 여지가 존재하는 셈이다.

관건은 타협의 수준이다. 가급적 산은은 추가지원을 최소화하고 싶겠지만, HDC는 최대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할 입장이다. 아직 인수포기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는 이유도 산은의 자발적 지원을 유도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양측간 줄다리기가 마냥 지속되기는 어렵다. 신주인수 방식의 자금 납입이 늦춰질 수록 아시아나 항공의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2월 이후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아시아나의 현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월에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만기도 몰려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DC가 최근 주총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아직 인수 의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살려내는 것은 산업은행의 몫”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는 항공업계 전반 문제이기도 한 만큼 업계 전반에 대한 지원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가 가닥이 잡혀야 가닥이 잡힐 문제”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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