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부부의 세계’, 어떻게 화제성까지 잡았나

20200402000088_0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단 2회 만에 시청률 11%를 돌파하며 화제성까지 잡았다. 강렬하고 뜨겁게 휘몰아친다. 부부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 19금 드라마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김희애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2007)에서 절친 여고 동창생의 남편과 불륜에 빠진 미망인 ‘화영’을 연기했다. 친구의 뒤통수를 친 격이다. 이번에는 남편한테 뒤통수를 맞는다. 완벽한 환경에서 산다고 믿는 김희애는 남편이 자기 환자의 딸과 바람이 난 상황을 맞닥뜨리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가 앞으로 전개될 양상이다.

한마디로 ‘김희애의 복수극’이다. 다소 뻔할 것 같은데도, 재미있다. 그것은 ‘심리’와 ‘관계’ 중심으로 텐션을 높여나가기 때문이다. 대본은 부부라는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밀도를 갖추고 있고, 배우들은 내밀한 감정을 치밀하게 풀어낸다. 전작 ‘미스티’에서도 발휘된 모완일 감독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도 한몫한다.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등에서도 이미 증명됐듯이 불륜 이야기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자극성에 고급 이미지가 있는 김희애를 갖다놓으면 ‘세련된 속물성’ 또는 ‘고급 막장성’이 생기는데, 그 점도 김희애판 불륜극의 강점이다.

심리 묘사에 탁월함을 보이고 있는 김희애는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종합병원 부원장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지선우’를 연기한다.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영화감독이자 제작자다. 집안의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어져 있는지는 빤히 보인다. 어린 아들(준영)도 한 명 있다. 이런 가정의 불륜은 가족에 대한 로망이 누구보다 강한 한국 시청자에게는 그 자체로 좋은 ‘떡밥’이다.

게다가 이태오의 불륜에는 그의 친구부부와 김희애 직장 동료의사 등 평소 자주 함께 지내는 주변인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그들은 공모자들이다. 이쯤 되면 김희애 부부에 대한 감정이 질투든 선망이든 사람들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고 타인의 평판에 신경 쓰는 한국 시청자에게는 딱이다. 또한 거짓 위에 쌓은 행복이라는 모래성과 현대인의 불안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 흥미로운 건 김희애가 남편이 바람났다고 해서 정신이 나가 울고불고 상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무식한(?) 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떻게 해서 거기까지 올라갔는데…’ 김희애는 그러면서도 감정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밖에 없다.

부부의 믿음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펼쳐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극강의 흡인력을 선사한다. 특히 숨 막히는 파격적인 전개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비틀린 진실들. 복수를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김희애에게 감정이입을 안 할 수 없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