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지옥을 맛본 김희애,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저열한 배신의 실체를 목격한 김희애가 드디어 폭발했다. 시청률 역시 14%를 돌파하며 열풍을 이어갔다.

3일 방송된 JTBC스튜디오의 오리지널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 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 제작 JTBC스튜디오) 3회 시청률은 전국 11.9%, 수도권 14.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끝없이 휘몰아치는 지독한 거짓과 기만, 배신의 파도가 지선우(김희애 분)를 덮쳤다. 여다경(한소희 분)의 출산 결심부터 이태오(박해준 분) 모친 배정심(정재순 분)의 죽음까지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사건 속에 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태오의 배신에 지선우가 반격을 시작했다. 더는 떨어질 곳도 없는 나락에서 시작한 그의 서늘한 행보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불행 앞에 머뭇거리지 않기로 한 지선우는 설명숙(채국희 분)을 이용해 여다경의 임신을 이태오에게 알렸다. 그의 선택을 보고 싶었던 것. 하지만 이태오는 비겁했다. 여다경을 달콤한 말로 달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지선우를 위로하며 다정한 남편의 외피를 입었다.

설명숙에게는 지선우와 여다경 모두 사랑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지선우는 조용히 움직였다. 이혼 변호사는 남편 몰래 완벽한 증거를 잡아야 소송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지선우 덕분에 박인규(이학주 분)의 데이트 폭력에서 벗어난 민현서(심은우 분)는 “얼마든지 날 이용하라”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선우는 단칼에 부부의 연을 끊어내지는 못했다. 머뭇거리던 지선우의 등을 떠민 건 이태오의 저열한 실체였다. 여다경은 두 달 안에 이혼하겠다는 이태오의 말을 믿고 출산을 준비 중이었다. 게다가 지선우의 모든 재산을 몰래 자신의 법인 명의로 빼돌리고,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의 변액보험까지 손을 대 대출을 받아 여다경에게 명품을 선물하고 있었다.

이태오가 뻔뻔하게 누린 설렘과 여유는 모두 지선우의 것이었다. 참을 수 없었던 지선우는 증거를 잡기 위해 야근한다는 이태오의 회사를 급습했다. 하지만 이태오는 회의 중이었고, 분노와 수치심을 뒤집어쓴 채로 지선우는 이태오의 모친 배정심의 병원을 찾았다. “한 번 실수 용서하고 품어주면 지나갈 일”이라는 배정심에게 지선우는 “빈털터리로 쫓아낼 거다. 준영인 영원히 못 볼 거다”라며 “태오 씨가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시라”고 차갑게 선언했다.

변화는 배정심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됐다. 지선우는 차분하게 장례식 일 처리를 도맡았다. 슬픔에 빠져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던 이태오는 그 와중에도 문상 온 여병규(이경영 분)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했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던 지선우는 여병규를 배웅하고 어딘가로 향하는 이태오의 뒤를 쫓았다. 그곳에서 지선우에게 프러포즈할 때 틀었던 음악을 들으며, 지선우와의 사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태오와 여다경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차가운 얼굴로 돌아선 지선우는 다시 거짓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족의 행복과 아들의 미래까지 져버린 이태오의 배신, 지선우는 그의 거짓에 맞서 더 완벽한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했다. 장례식을 마친 후 이태오를 안아주고 위로하며 완벽한 아내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선우의 복수는 그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지선우의 날카로운 표정과 여다경 옆집으로 이사와 그들의 삶으로 침투하려는 민현서의 모습은 ‘숨멎’ 엔딩을 선사하며 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지선우의 감정은 끝없이 나락으로 추락했다. 자신에 대한 배신을 넘어 아들의 몫까지 저당잡고 달콤한 감정에 빠졌던 이태오에 대한 절망감은 지선우의 분노를 일으켰다. 사랑에 대한 존중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없었다. 오히려 이태오와 여다경의 입맞춤까지 본 후 후련하게 돌아선 지선우. 바닥으로 치닫던 불행과 정면으로 마주 보겠다는 지선우의 감정이 찰나의 표정 변화만으로 생생하게 와 닿았다. 절망과 배신감으로 불타올랐던 감정은 이제 서늘한 분노로 변했다. 지선우의 변화에 시청자들의 응원도 쏟아지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거짓과 진실에 대응하는 각 인물의 심리를 치열하게 쫓으며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태오의 배신을 숨겼던 이들은 이제 지선우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을 확인했다. 설명숙과 손제혁, 그리고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고예림(박선영 분)도 지선우의 변화를 눈치챘다. 모든 인물이 진실과 거짓, 비밀과 기만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지선우가 산산이 조각난 행복의 파편을 들고 이태오를 겨냥하기 시작했고, 얽히고설킨 관계들은 그의 반격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절망의 끝에서 불행과 마주 서기로 한 지선우가 서서히 이들을 조여갈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