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 1분기 실적 ‘수직 추락’…유동성 확보 총력

지난해 7월 도쿄 인근 가와사키 항에 수출할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AP=헤럴드경제]

지난해 7월 도쿄 인근 가와사키 항에 수출할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이정환 기자]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1분기 실적이 수직 추락했다.

유럽·북미 등 해외공장들이 아직 정상가동 되지 못하고 있어 더 큰 충격을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분기 순이익이 총 8187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48.9%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을 먼저 받은 중국에서 실적이 악화한 여파다. 다임러는 1분기 영업이익(EBIT)이 7억1900만유로로 작년 동기에 비해 68.9% 떨어졌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1분기 영업이익이 9억유로로 81% 추락했다.

BMW도 1분기 판매가 20.6% 감소했으며 앞으로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포드는 1분기 손실이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포드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1분기 매출이 101억유로로 19.2%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올해 실적 전망을 모두 폐기했으며 새로운 숫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장 수요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악화할 여지도 충분하며, 시장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르노그룹 관계자도 콘퍼런스콜에서 “이 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1분기 말 현재 자동차 부문에 11조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극심한 경영환경 변화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유동성 관리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적자가 났던 2016년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 3000억원을 조달한다. 기아차도 회사채 6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기아차는 10조 이상 유동성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부품업계는 정부에 유동성 지원 33조원을 요청해 둔 상태다.

르노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정부 지원에 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150억 달러 한도대출에 더해 채권발행으로 80억달러를 조달했고 FCA는 62억5000만유로 신용을 확보했다. 닛산은 46억달러 신용을 요청해뒀고 도요타는 일찌감치 1조엔을 확보해뒀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닫았던 유럽과 미국 공장을 하나둘씩 열고 있다. 다만 아직 정상가동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선 가동을 시작했고 미국에선 5월 4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기아차는 3교대에서 2교대로 줄여서 운영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효율적 재고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볼보는 20일부터 스웨덴 공장 생산을 재개했고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은 5월 11일에 열 계획이다.

BMW가 5월 4일부터 미국 공장을 열고 유럽 내 최대 규모인 딩골핑 공장과 멕시코 공장은 11일에 연다. 딩골핑 공장은 1교대로 운영할 예정이다. 엔진공장은 20일에 이미 열었다.

FCA는 이탈리아 세벨 공장을 27일부터 가동한다.

도요타는 5월 4일에 미국과 캐나다 공장을 연다. 벤츠 앨라배마 공장은 27일,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은 5월 3일에 가동한다.

GM, FCA, 포드는 5월 4일 재가동을 두고 전미자동차노조와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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