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형 뉴딜과 진보 장기집권 전략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정부에 대한 ‘심판론’과 박근혜 탄핵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보수 지지층 상당수의 ‘이탈’과 ‘전향’을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호평은 4·15 총선에서 기존 보수 유권자의 ‘전향’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새로운 지지층의 ‘동원’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경제 대책으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은 ‘동원’을 강화해 미국의 ‘뉴딜동맹’처럼 진보 다수파로의 정치 지형 구조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 크리스티 앤더슨이 저서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에서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이후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분석한 틀에 국내 정치 상황을 대입해 얻을 수 있는 가설이다. 여기서 ‘이탈’은 충성도가 높은 유권자가 기존 정당 지지를 철회하는 것을, ‘전향’은 아예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꾸는 것을, ‘동원’은 소외된 유권자들이 새로운 지지층으로 가세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민주당은 루스벨트 당선 이후 1933년부터 1969년 사이에 총 28년간을 집권했다. 이 시기 공화당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1961년 재임)뿐이었다. 앤더슨에 따르면 루스벨트 집권 전까지 미국 정치지형은 공화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은 ‘정권심판론’을 불러일으켰고, 루스벨트는 1932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은 1960년대까지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이를 공화당 지지층의 ‘전향’으로 설명했으나 앤더슨은 민주당의 새로운 지지층 확보, 즉 ‘동원’의 결과로 분석했다. 흑인, 여성이 투표권을 얻고, 이민자와 청년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민주 지지층으로 편입됐다는 것이다. 실제 1920년에는 투표율이 40% 초반이었으나 1936년 57%로 올랐다. 유권자 수도 70%가량 증가했다. 늘어난 유권자와 새로운 계층이 뉴딜의 대규모 공공사업 수혜자가 되면서 민주당 고정 지지층으로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지형의 변화 흐름과 유사하다. 지난 2016년 총선은 ‘정권심판’론이 강했고, 이는 민주당의 1석 차 ‘신승’으로 나타났다. 총선만 보자면 지난 4·15 때는 투표율이 66.2%로 28년 만에 최고였다. 18세에 처음으로 투표권이 주어지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유권자 수도 역대 최다였다. 2016년 이후 치러졌던 네 차례의 선거에서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통합당(새누리당)은 2012년 4월 총선 42.8%(정당득표율), 그해 12월 대선에선 51.6%(박근혜)를 올렸는데 이후 모든 선거에서 30%대였다. 주간지 시사In은 총선 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와의 2016년 이후 유권자 패널 추적 조사를 통해 보수 지지층 내부에서 상당한 ‘전향’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4년간 선거 결과는 국내 정치지형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시사In의 분석이다.

이에 더해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의 급상승과 민주당의 압승은 새로운 지지층의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한국형 뉴딜은 이를 가속화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2년 전 공언대로 ‘20년 장기집권’까지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로 보수가 무능력하게 무너진다면 혁신의 ‘실기’가 운동장의 기울기를 더 굳고, 가파르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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