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유업계…1분기 흑역사 계속된다

국내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 정제 마진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달 23일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석유제품 출하장이 제품 수요 감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마저 1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정유업계 역사상 초유의 ‘흑역사’가 결국 현실이 됐다.

정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여파에 실적의 양축을 차지하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까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코로나 쇼크'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1조73억원 영업적자)과 현대오일뱅크(5632억원 영업적자) 그리고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GS칼텍스까지 고려하면 정유4사의 합산 손실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인 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실적에는 국제유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유례없는 추락을 보인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하락은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지는데 통상 유가가 1달러 하락할 때 정유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700~800억원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말 대비 올해 1분기 말 국제유가가 약 40달러 하락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어닝쇼크는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액 1조7700억원 중 재고평가손실액이 9418억원을 차지했고,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재고평가손실액이 각각 7210억원, 1227억원에 달했다.

재고평가액이 다시 올라가려면 국제유가의 반등이 필수적이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연초 수준만큼 유가가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어서 암울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유사들의 또 다른 수익성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 역시 7주째 마이너스라는 전례없는 행보를 걷고 있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 관련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달 다셋째 주 배럴당 -0.9달러로 집계됐다. 석유제품을 생산해 파는 것이 오히려 정유사에는 손해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18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던 정제마진은 2주 만에 다시 플러스 회복한 전례가 있지만 코로나19 쇼크가 덮친 올해 정제마진 마이너스 흐름은 유독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수요 회복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정유사 매출에서 10~20%대를 차지하는 항공유 소비가 급감한 점이 여전히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분기 항공유 소비량은 733만9000배럴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넘게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11년 714만5000배럴에 이어 최근 10년새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4월 들어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화됐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정유사들의 실적 하락을 방어해줬던 석유화학 부문도 동반 하락세를 보여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정유4사의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에서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였다. 그러나 올해 재고 손실 등의 영향이 미치면서 실적은 하향세를 걷고 있다.

정유업계의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대안으로 앞다퉈 석유화학 부문 설비투자에 나서던 상황이었다”며 “업황의 심각한 부진이 계속될 때 새로운 수익원으로 모색하던 신사업 확장 등도 결국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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