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익스프레스에 ‘이천 참사’ 책임 묻기 쉽지 않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기자회견에 한익스프레스 대표가 보낸 조화가 부서져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에 대해 발주사인 한익스프레스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익스프레스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안전 문제를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정부 측과 관련 전문가도 “원칙적으로 발주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천 참사’와 관련, 책임론이 불거진 한익스프레스 측은 7일 “공사의 발주사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40년간 물류사업을 하는 내내 창고를 임대로만 사용할 정도로 건설 공사를 관리할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시공사에 일임해 본건 공사를 진행했다. 안전 문제를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헤럴드경제는 한익스프레스가 고객사에 밝힌 입장문을 단독 입수했다. 이 입장문에 따르면 한익스프레스는 건설 공사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해 건설사업 관리 전문업체인 전인씨엠에 건설 관리·감리를 맡겼고, 입찰 절차를 통해 물류창고 건설공사 경험이 풍부한 건우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 본건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공사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여섯 차례에 걸쳐 화재위 험 가능성 등을 경고했으나, 이 같은 사실이 한익스프레스에 전달되지는 않았다. 건우 측은 경고 조치를 전인씨엠 측에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한익스프레스와 같이 발주사가 건설사가 아닌 경우 공사 진행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며, 따라서 사고의 안타까움과 별도로 발주사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발주자가 세부 사항을 알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공단의 안전 경고 사항은, 사실 시공사로서는 불리한 사항이기 때문에 발주자에게 알리기 자체를 꺼려한다”며 “발주자 압수수색을 통해 가격을 너무 깎지는 않았는지, 리베이트는 없었는지가 확인된다면 발주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이번 사고가 매우 안타까운 사안이지만, 발주자가 책임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라며 “원칙적인 책임은 시공자와 감리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개인이 돈을 내고 발주해 주택을 짓는데, 사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와중에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하자”며 “시공 중 안전 문제를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나. 건설에 전문성이 없는 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첫 물류창고 건설이었다면 더 신경 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본지의 질문에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그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반성하고 있다. 다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안전문제에 일일이 관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참사에 대해서는 시공업체, 건설관리·감리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사태 수습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youknow@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