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어온 갤럭시 성공시대가 저문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림·박지영 기자] “전작보다 좋은 성과 기대.”(노태문 무선사업부장, 2월 갤럭시S20 언팩)

“수요 감소폭 예측 불가.”(이종민 무선사업부 상무, 4월 29일 실적 발표)

10여년을 이어온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Galaxy)’ 성공시대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자신’과 ‘기대’에서 불과 3개월 사이 ‘예측 불가’로 입장(삼성전자)도 바뀌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변수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위기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2010년 ‘갤럭시S’부터 2020년 ‘갤럭시S20’ ‘갤럭시Z플립’까지 새로운 디스플레이·카메라·앞선 성능을 앞세워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한 갤럭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지금 세계 1위 절대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갤럭시만의 혁신은 한계에 도달했다. 화웨이·샤오미 등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의 추격이 무섭다. 프리미엄폰시장에서 애플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갤럭시의 ‘파이’만 줄어든다. 무엇보다 갤럭시가 내세운 ‘혁신 키워드’를 소비자들은 더는 공감하지 못한다. 가격만 비싼 ‘갤럭시의 오만’에 지갑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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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의 시작…세계 곳곳에서 ‘빨간불’=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갤럭시의 점유율은 ‘0%’다. 빅마켓으로 꼽히는 인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프리미엄 주력시장인 북미 시장에서도 최근 판매가 부진하다. 세계 곳곳에서 ‘빨간불’이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급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상위 5개 주요 메이저 업체 가운데, 출하량 감소폭이 가장 크다. 애플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는 데 그쳤고, 샤오미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출하량 감소폭이 컸지만, 미국 제재에 따른 악재를 감안하면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5년 삼성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2.5%에서 2016년 20.5%, 2017년 20.9%, 2018년 19%, 2019년 19.2%로, 해마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7.3%) 대비 2019년(15.6%) 시장점유율이 8.3%포인트 증가한 화웨이나 2015년 2% 수준에서 지난해 7~8%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이 증가한 샤오미·오포 등 중국 업체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10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 [삼성전자 제공]

▶가격만 비싼 ‘S20’의 오만… “보조금 없인 안 팔린다” 증명=‘역대급 카메라 스펙’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삼성전자의 올해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20’가 ‘역대급 실패작’이란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 코로라19 사태와 보조금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작 대비 판매량이 60% 수준에 불과하다. 갤럭시S20의 참패는 삼성으로서는 뼈아프다. 올해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갤럭시S20가 안 팔리는 건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삼성 프리미엄폰 최대 시장인 북미를 비’해 유럽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 2020년 32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던 갤럭시S20 판매량이 20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갤럭시S’ 시리즈가 출시 첫해에 3500만대가량 판매되는 것을 상기한다면 최악의 성적이다.

역대급 스펙을 자랑하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혁신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가격만 비싼 게 문제다. 갤럭시S20 시리즈 출고가는 모델별로 ‘갤럭시S20’ 124만원, ‘갤럭시S20+’ 135만원, ‘갤럭시S20 울트라’ 159만원대에 달한다. 전작 대비 20만원 이상 올랐다. 그런데도 카메라 기능이 좋아졌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제품과 비교해 큰 특이점이 없다. 혁신이 부족하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폴더블폰(접히는 폰) ‘갤럭시Z플립’에도 시장을 일부 잠식당했다.

급기야 출시 두 달여 만에 보조금을 배 이상 올려, 실구매가를 낮췄다. 미국에서도 할인된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 많은 보조금 없이는 안 팔린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갤럭시S20. [삼성전자 제공]

▶평준화된 기술력·가성비에 ‘흔들’=10여년을 이어온 갤럭시의 성공방식은 한 마디로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브랜드파워 및 마케팅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기술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산 폰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갤럭시S20의 판매 부진은 그동안의 ‘갤럭시 성공방정식’이 이제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밀레니엄세대 혹은 모바일세대라 불리는 ‘M세대’의 등장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이 세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하다. 삼성전자의 고급 마케팅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에 열광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몇년 새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 간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력이 많이 좁혀져 별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갤럭시S 시리즈 3000만대 판매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예측한다. 가성비가 스마트폰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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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위기 본격화…성공방식 전면 재검토 필요=전망은 더 어둡다. 2분기 갤럭시의 판매 감소폭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위협이 되는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더 심화된다. 갤럭시가 주도하고 있는 무주공산 5세대(G)시장과 폴더블폰시장에서 경쟁사들의 도전은 더욱 거세진다.

특히 애플도 5G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샤오미는 최근 1억50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가격이 159만원에 달하는 갤럭시S20울트라의 3분의 1 수준이 될 전망이다. 갤럭시 성공시대를 이끈 기술 리더십에서도 더는 우위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갤럭시가 앞선 기술을 도입, 시장을 주도해갔지만 이젠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혁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코로나사태로 스마트폰시장도 급변해 그동안의 성공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고 전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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