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재용…‘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양형에 유리할 수도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번 사과를 반성의 정황으로 받아들일 경우 양형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6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설립 방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앞서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내부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룹 차원에서 답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 기준에 핵심적 내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번 사과를 범행에 대한 반성, 재발방지로 받아들일 경우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재판부는 어쨌거나 비판을 무릅쓰고 준법경영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하고,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2019년 똑같이 만 51세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이례적으로 해놓은 바가 있어서, 이 사과 정도가 삼성의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집행유예 사안으로 삼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과를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면 복수노조가 실제로 등록이 된다는 등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실행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사과를 했다면 범행 후의 정황으로서 유리하게 참작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걸 어느정도로 참작할지는 완전한 재판부의 재량”이라고 밝혔다. “반성한다고 해서 다 감경해주고 약하게 처벌하면 개별 재판부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특검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변수다. 특검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단 의중을 비치자 “편향된 재판을 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내 재판이 4개월 가까이 멈춘 상태다. 대법원이 특검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부가 바뀌고, 이 부회장의 사과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 등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에 소환일정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주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과 29일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을 소환조사하고,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의장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임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도 잇따라 조사를 받았다. 이민경·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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