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양극화…대기업·소상공인 쏠림, 중견·중소기업 소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중소·중견기업들이 은행 대출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소상공인은 약자라는 이유로 정책자금 수혜가 집중되고, 대기업은 강자답게 재무건전성을 앞세워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은 ‘담보’나 ‘보증’ 없이는 돈을 빌리기 어려워서다.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대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동산담보 대출 등을 활성화하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외면 당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24일 100조원+α(알파) 민생·금융안정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대출해주겠다고 밝힌 21조2000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조원 대출을 담당한 기업은행은 1조5000억원을 집행했으며, 6조2000억원을 담당한 수출입은행과 5조원을 담당한 산업은행도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집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같은날 발표한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 1차 지원분 12조원이 모두 소진된 것과는 대비된다. 정부는 지난달 말 예비비를 이용해 4조4000억원을 추가로 늘렸지만, 이마저도 소진됐다. 오는 18일부터 10조원 규모의 2차 긴급대출을 실시하지만 1차에 비해 금리가 두배로 뛰고 한도도 1000만원으로 제한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대출을 봐도 4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3조3200억원으로 5조1200억원이 늘어난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폭에 한참 못미쳤다. 3월 8조원 넘게 폭증했던 대기업 대출은 4월에도 6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 신청이 예상을 크게 초월할 정도로 뛴 것일 뿐,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집행이 미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1분기 정책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자금 집행은 산은이 23조3000억원, 기업은행 29조3000억원, 수은 21조4000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각각 30~40% 가량 높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은 100조+α 프로그램 외에도 연초에 업무계획을 짜면서 계획했던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자금 수요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현재 시범운영 중인 ‘동산 담보 회수지원기구’를 조기 가동하고, 기업 자산을 캠코가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해당 기업에 재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등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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