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 대담] “흔들림없는 리더십에 국민지지…최저임금 대책 미흡 아쉬워”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4·15 총선 전까지 대통령 비서실에서 3년을 보냈다. 남은 임기 2년을 포함해 앞으로 4년 동안은 초선 국회의원 신분으로 여의도 생활을 하게 됐다. 고민정(41)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태호(57) 전 일자리 수석이다. 6일 국회에서 만난 이들은 “3주년이 되는 것도 미처 몰랐다”고 했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의 고공행진,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잔치 분위기일 법도 하지만, “국민들이 힘든 시기”라며 “아직 예정된 축하 자리도 없다”고 했다. 고 당선인은 지난 3년 중 “일본의 수출 규제 순간 청와대의 위기감이 가장 컸다”고 했다. 정 당선인은 “2019년 1월, 악화된 일자리 성적표를 받아들고 대통령에게 크게 문책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해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 대책에서 미처 대비하지 못한 변수와 난관을 만나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가장 뼈아프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동력을 “흔들림없는 정책 방향과 철학”이라고 꼽았고, 남은 임기에 대해서는 “한국형 뉴딜로 대표되는 정책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 모두 대선 캠프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했다. 정 당선인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정부 설계에도 참여했다. 고 당선인은 부대변인에서 대변인으로, 정 당선인은 정책기획비서관에서 일자리수석으로, 드물게 청와대 내 승진 인사이기도 했다. 두 사람을 만나 문재인 정부 집권기 전반에 대한 평가와 지난 3년에 대한 소회, 앞으로의 국정 방향 및 활동 계획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청와대 참모진으로 근무하다가 21대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 고민정(위쪽)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비서관이 6일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상섭 기자

-전례없이 높은 국정지지도의 원동력은.

▶정태호(이하 정)=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다. 또 재난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국가위상을 높인 정부에 대한 신뢰다.

▶고민정(이하 고)=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내가 대변인이라서 가장 민감하고 잘 아는데, 지지율이 떨어지면 참모들은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대통령은 늘 미동도 없었다. 만일 (코로나 초기 악화된) 여론을 생각했다면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대응도 못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확진자가 늘며 불안감이 커졌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응했다.

▶정=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된다. 이때 중심이 흔들리면 정책도 왔다갔다 한다.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면 외부의 위협적 요소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응에도 모든 재난에는 모든 자원을 총력 동원하라는 것이 일관된 지침이었고, 여기에 우리 국민과 사회의 수준이 더해지며 효과가 나타났다.

-집권 3년 중 가장 큰 위기감은 언제 느꼈나.

▶고=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조치가 있던 날이다. 그 전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회동이 있었고 모두 기분 좋아했는데, 그날 오후 일본 발로 보도가 나왔고 다음날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힘들었다.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정책은 비판이 많았다.

▶정=일자리 정책이 정치권 핵심 화두로 등장한 게 이번 정부가 처음이다. 대선에서 공공형 일자리 81만개를 제안하니 언론에서 융단폭격을 받았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누가 모르나. 하지만 당장 어려우니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일자리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청년들에게는 5년 정도의 죽음의 계곡이 있었다. 이 시기 넘어갈 다리가 필요했고 정부가 해야 했다. 이게 문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취업자 증가 숫자가 40만~50만개 된 것도 일관된 방향 덕분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도 논쟁이 많은 정책이었다. 논리적·현실적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고, 정책 기조가 변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변한 것은 아니다. 소주성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 패키지다. 혁신성장은 공급 측면의 정책이다. 우리는 그동안 최고 수준의 투자를 해왔다. 이제 투자를 통해 일자리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벤처와 창업 등의 혁신성장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금 시점에서는 두 가지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게 대통령이 말한 ‘한국판 뉴딜’이다.

▶고=소주성 논란은 프레임의 문제다. 프레임으로 사안을 보다 보니 소주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전환된 것이 아니냐 말하는데, 아니다. 소주성은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일자리 창출도 개문발차한 셈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논의만 하다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고용보험 범위 확대도 앞서 이런 것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일은 수많은 논쟁을 이겨내며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정=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성장률이 1%씩 떨어진다. 그대로 두면 일본처럼 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이뤄지다 보니 창의적인 기업들의 성장과 민간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런 차원에서 소주성과 혁신성장이 나온 것이다.

▶고=문 정부가 중요시하는 것이 선제적 대응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정책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한 것도 변화된 소비패턴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는 흐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최근 산불 진압도 과도할 정도로,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모델에 따른 것이다.

▶정=소방공무원 국가직화도 좋은 예다. 예전에는 지방별로 처우도 장비도 다르다 보니 큰 불이 났을 때 초기에 총동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번 산불에서도 그 효과를 확실하게 발휘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남북관계 경색, 경제위기, 부동산 규제 등으로 총선 압승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정=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대응은 이를 확신으로 바꿨다.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비전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고=남북문제는 여러 국가들과의 역학관계가 있기에 우리의 정책 결정만으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국민들이 현명하고 정치적 의식 수준도 높아 정치인이나 언론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꼼꼼하게 분석한다. 남북문제나 부동산 등 논란만 보면 지지율은 더 내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과 정책방향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담당 업무 중 가장 아쉽고 뼈아팠던 것은.

▶정=정책적 방향은 대선 전부터 오래 고민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은 잘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갑자기 선거가 있었고 취임 후 인수위 없이 바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개별 정책을 추진하는 데 다양한 이해관계와 현실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전략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보기에 세련되지 못했다는 느낌도 받고, 또 집행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수위 과정을 거쳤다면 정책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저임금이 대표적이다. 인상을 수용할 준비과정이 필요했었는데, 경기 하강 국면에서 맞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인수위가 있었다면 다른 보완책과 함께 만들어 동시에 추진하며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자영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변하는 시기였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보완책으로 지역상품권도 만들고 했지만, 정부가 좀 더 일찍 준비 대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현역 의원으로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정=청와대 수석으로 일했던 사람으로, 당 내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들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겠다. 특히 초선 의원들과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일할 것이다. 당정청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 심부름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으로선 임금격차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고=문재인 정부의 마침표를 잘 찍으려면 한반도 평화가 성과를 내야 한다. 정상회담 결과물들이 법제화돼야 다음 정부에서도 새로운 탑을 쌓을 수 있다.

-한국판 뉴딜이 남은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정=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경제에서 전세계 글로벌 리더로 나가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원격교육을 우리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뤄냈다. 쌍방향 원격 교육은 우리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확하게 비전을 제시했고, 제도적 부분을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념적·당위로만 접근하지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 디지털 경제 세계적 리더로 나가는데 국회 입법이 어떻게 뒷받침 하느냐가 최대 과제라고 생각한다.

▶고=성과를 내야함과 동시에 패러다임 전환과 연착륙에 성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에 많은 사람들과 한 이야기가, 우리는 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5년이 평가를 못 받는다고 해도,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리=최정호·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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