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공황 이후 최악 침체…기금 조성 지연에 “때 놓칠지도”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이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2020 봄 경제 전망’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7.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시급히 집행돼야 할 지원 기금에 대한 유럽 각국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이다.

6일(현지시간) CNN,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2020 봄 경제 전망’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7.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회원국 전체 GDP는 7.4% 감소할 것이란 전망치도 내놓았다. 이는 3주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전망치(-7.1%)보다 더 비관적인 것이다.

유로존의 실업률도 지난해 7.5%에서 올해 9.6%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GDP의 0.6% 수준이던 EU 회원국들의 정부 적자도 올해 8.5%까지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1929년 세계 대공황을 언급하며 “유럽은 대공황 이래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을 경험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깊이나 회복의 강도는 고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상되는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경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EU 관계자는 “지금은 거대 무역권 내의 ‘심각한 왜곡’ 현상을 피하기 위해 EU 차원의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공동 회복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EU 회원국들 간의 정치적·법적 분열이 경기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태의 시급성에도 지원 결정이 지연되며 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EU 회원국 정상들은 5000억유로(약 663조원) 규모의 즉각적인 구제 조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1조유로(약 1325조원) 규모의 경제회생기금은 회원국들 간의 깊은 분열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6월 1일까지 해당 정책이 가동될 것을 요구했지만, 이날까지 기금에 포함될 각종 조치들이 최종 확정되지 못해 사실상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승인권이 있는 EU 정상회의도 다음 달 18일까지 예정된 바 없는 만큼, 추가 경기부양책도 미뤄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는 기금 조성 규모와 자금 조달, 운용 방식 등 세부 내용을 두고 국가별 이견이 큰 만큼 관련 논의가 올 여름까지도 지체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실제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대출보다 보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대출로 지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앞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로이터]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경기부양 정책 중 하나인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PSPP)에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CB가 3개월 내 해당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참여하는 최대 기관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빠져야 하며 지금까지 샀던 채권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헨릭 엔델라인 베를린 헤르티에 행정대 교수는 “이번 판결이 유로존을 단합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ECB를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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