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참사 파견’ 심리상담사들 “유가족도 마음의 응급처치 절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엿새째였던 지난 4일 오전. 한 유가족 부부가 경기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설치된 심리상담지원실에 방문해 한 시간가량 상담을 받았다.

아내가 아들을 잃은 슬픔에 힘들어하자 남편이 상담을 권해 함께 왔다. 심리상담사 A 씨는 “아내뿐 아니라 옆에 있는 남편 역시 힘들 것”이라며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화마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이천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심리상담사들은 “유가족에게도 마음의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7일 경기도와 이천시에 따르면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분향소에 경기도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이하 경기센터)와 이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이천센터)에서 협력, 심리지원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상담실은 분향소가 설치됐던 지난달 29일 함께 문을 열었다. 분향소가 철수될 때까지 유가족 곁을 지킬 예정이다.

이천센터 관계자는 “경기센터 상담사가 1차적인 상담으로 피해 정도를 선별한다면 이천센터 상담사는 심층적인 상담이 필요하거나 이천시에 거주해 지속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분들을 맡는다”며 “이천에 거주하지 않는 분은 해당 지역에 연계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잇따라 대형 인명 피해를 겪은 이후 재난 심리 회복을 위한 ‘응급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각 시도 재난심리회복센터는 화재, 지진, 수재 등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무료 상담을 하고 있다. 4일 만난 심리상담사 B씨는 “지난해 고성 산불은 물론 2016년 경주 지진 때에도 재난 심리 회복 상담에 참여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재난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 심리 상담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합동 분향소에 마련된 심리지원상담실에서는 유가족과 조문객 상담이 143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심리상담과 함께 장기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 유가족들은 분노가 외부를 향해 있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기로 자신의 심리를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천=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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