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4조 적자에도 주채권은행 ‘느긋’ 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코로나19와 원유전쟁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 4사가 올 1분기 적자가 4조원에 달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채권은행은 느긋하다. 적자 대부분이 재고 평가손이어서 실제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데다, 정유사들의 현금 보유고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주채권은행은 하나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에쓰오일(S-Oil)의 주채권은행이다. 1분기 영업손실은 SK이노베이션이 1조7752억원, S-Oil이 1조73억원이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적자는 5632억원이었다. GS칼텍스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사들은 적자 폭이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적자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에도 평가손실로 인해 적자가 나기도 한다. 정유업계는 보통 원유를 3개월 전부터 구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원유제품을 팔 시점에는 제품가격이 떨어지며 재고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주채권은행들이 느긋한 이유다. 1분기 실적의 경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사업이익이 아닌 만큼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낫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정유 4사의 재무구조도 튼튼하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유동자산은 15조5794억원이고, 순차입 규모는 8조7379억원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올해 1분기 현금자산이 1조5520억원으로 작년 말(5550억원)과 2018년 말(711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유동자산은 3조5821억원이고, 단기차입금은 1조3133억원이다.

관건은 수요 회복이다. 현재의 초저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위축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시장점유 전쟁까지 겹친 결과다. 정유사들이 1분기 실적에 반영한 평균유가는 배럴당 34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4월 이후 유가가 더 하락한만큼 현재의 초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2분기에도 추가 재고손실은 불가피하다. 유가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가 회복되고, 원유전쟁이 감산으로 진정되어야 한다.

한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기업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일시적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아 부실화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의 올해 4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조9654억원으로 지난 1월 말에 비해 14.8%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4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이 16조9106억원으로 같은 기간 20.4% 늘었다. 외부 요인에 의한 일시적 자금난을 대비해 기존 여신 연장, 분할상환 유예 등의 장치도 마련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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