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금융 C+…구조조정·혁신지원·건전성관리 숙제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7일 헤럴드경제가 업계, 시민단체, 학계 등에 소속된 금융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3년 동안의 금융정책에 대해 70점에서 80점 사이의 점수를 매겼다.

금융산업 혁신과 금융소비자보호 등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특히 대출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시장 왜곡’을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뤄진 신속한 금융지원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정책자금을 수혈 받은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 등은 숙제로 남았다. 급팽창한 유동성이 특정 자산에 쏠릴 가능성에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 대응은 “잘 했다”=최광해 우리금융연구소장은 “위기 발생 후에 신속하게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마련한 것이 가장 잘한 정책”이라고 손꼽았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속히 금융지원 대책을 수립해 실물부문 문제가 금융시스템으로 번지는 것을 잘 제어했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용 개념을 가져와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잊지 않은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혁신 위한 규제개혁 부족=김현욱 KDI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랑 비교해도 핀테크 관련 정부 정책은 달리진 것이 없다”며 “기존 규제의 틀에 박혀 핀테크라는 큰 물결을 호미로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진입 규제로는 빠른 시장변화 쫓기엔 한계가 있다”며 “자본시장 영역에 핀테크, 테크핀 등이 들어오려면 인가 단위를 세분화 시켜서 미니인가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법(인은법)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 대주주 자격을 허용하는 법안을 부결한 지 두 달 만에 개정한 것은 사실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사모펀드 특혜정책 부작용 못 막아=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사기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주장했던 금융소비자 보호정책들도 빛을 잃었다는 평가다. 문제의 원인이 된 사모펀드 육성정책은 이전 정부들에서 추진됐지만, 현 정부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DLF,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감독 실패가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사모펀드를 일반적인 투자자에게까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일회성 처방, 시장왜곡”=집값 안정화를 명분으로 무려 19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력한 대출규제가 이뤄졌지만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부동산 시장 위축을 초래했다”고 했고, 김태기 교수는 “부동산은 재개발 규제를 푸는 등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 역시 “대출규제는 장기화하기 어렵다”며 “집 실수요자까지 사고팔기가 여려워지고 거래 자체를 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혁신지원·건전성관리 ‘숙제’=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현재의 기업구조조정은 한계기업을 계속 살리는 것이 때문에 결국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정부 주도적으로 나서지 말고 기업 부실채권을 사고 파는 펀드를 조성해 민간에서 구조조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율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성장률이 다시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이후의 경제 상황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며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들은 시장과 고용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며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광해 소장은 “기업성장투자기구(BDC)와 벤처캐피털(VC)활성화와 같은 혁신금융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기 교수는 “향후 금융권에 부실채권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은행 등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 안정성 조치와 통화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유동성이 풀리며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보다 자금 흐름이 극단적 쏠림이 나타날 위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환·홍태화·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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