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특별지위 박탈 수출 직격탄…韓 기업, ’25% 美 징벌적 관세 영향권’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미국이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홍콩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누려온 특별지위 박탈 및 대중국 제재를 경고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수출기업들에 적색 경보가 발령됐다. 홍콩을 대(對)중국 수출과 수입의 경유국으로 삼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시 부과될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 실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이 누리는 특별지위에 포함돼 있는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 허용’이 사라질 경우 화웨이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미-중 양국 간의 반도체 전쟁이 한층 격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이뤄질 미국의 대홍콩 제제가 수출 시장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홍콩은 경제, 기술, 무역, 투자 이민 등에서 중국과 차별화된 취급을 받고 있는데, 미국의 대홍콩 정책의 변화 수위에 따라 수출은 물론,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응 전략 자체가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은 ▷민감기술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권리 ▷경제 관련 협상은 홍콩 자치 정부와 직접적으로 시행 ▷홍콩산 제품은 홍콩산으로 취급해 중국산에 부과된 관세 면제 ▷ 미국 달러와 홍콩 달러 간 자유로운 교환을 허용 ▷ 비자, 영주권 발급 차별화 등에서 특별지위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재계는 이 가운데 민감 기술에 대한 접근권리와 관세 면제 항목을 특히 주시하고 있다.

관세 면제 항목이 사라질 경우 국내 기업들은 319억1300만달러의 수출 교역국을 잃게 된다.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우리나라의 4대 수출 교역국이다. 지난해 301억 4000만달러의 무역 흑자를 낸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 1위국이기도 하다. 2009년 이후 무역 흑자국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을 2위로 밀어낼 정도로 미-중 무역 전쟁 속에 관세 혜택 등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처럼 막대한 무역 규모를 기록하게 된 데는 홍콩이 중국으로의 수출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홍콩은 6029억달러 수입액 중 87.1%인 5253억달러를 재수출(Re-Export)했으며, 이 중 중국으로 재수출한 금액이 2894억 달러로 전체 재수출의 55.1%를 차지한다. 결국 관세 면제 항목의 폐지는 중간재 부품의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치명타를 가할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대홍콩 수출품목 1위인 반도체 산업은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의 대홍콩 수출금액은 지난해 기준 222억8700만달러로 전 세계 수출물량 가운데 17.3%를 차지했다. 이 중 80%가량이 메모리반도체로, 홍콩에 수출된 물량은 9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이들 기업은 홍콩을 경유국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질 경우 중국으로의 직수출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앞서 홍콩의 특별지위 항목인 민감 기술에 대한 접근권리에 대한 미국의 판단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중 양국 간에 결판이 날 문제라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볼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홍콩을 경유한 중국으로의 수출 뿐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의 홍콩을 경유한 미국 수출에서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SK종합화학,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만든 원재료로 만든 중국산 저가 제품은 홍콩을 경유해 미국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며 적잖은 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이는 ‘홍콩산 제품은 홍콩산으로 취급해 중국산에 부과된 관세를 면제한다’는 특별지위 규정에 근거했다. 실제 2018년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홍콩은 미국에 이은 중국의 제2의 수출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의 대미 주요 수출 통로인 셈이다.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재수출하는 2351억달러중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금액이 295억달러로 12.5%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어 상대적으로 물류비와 통관, 대금의 결제 미 송금 등 법적 안정성이 탁월했던 홍콩을 통한 무역이 중국과의 직접 거래로 변모하게 될 경우 무역 업무 리스크가 증대될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굳이 홍콩에 법인을 통해 중계 무역을 하는 데는 무역 대금의 송금 등에서 제재를 받을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보장했던 특별지위의 우산이 사라진다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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