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금(金)구마 된 고구마…평년 두배 ‘껑충’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이 늘면서 최근 삼겹살과 한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코로나 영향으로 고깃값만 오른 것은 아니다. 아이들 간식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 있는 고구마 가격도 ‘금(金)구마’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에 따르면 28일 기준 고구마 10㎏ 도매가격은 5만9800원으로 1개월 전보다 26.3%, 평년보다 8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가격은 1㎏에 6625원으로 1개월 전과 비교해 21.4% 가량 오름세를 보였다.

aT에 따르면 고구마는 여주, 해남 등 주산지에서 저장량이 감소해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이마트가 판매한 해남 못난이 고구마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고구마 수요가 늘기 시작하자 산지에선 출하량을 대폭 늘렸다. 올해 고구마 작황이 좋아 올 초까지만 해도 시세 하락이 예상됐던 터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에 농가 대부분 물량을 대거 출하했던 것이다. 실제로 강서시장에 3월 첫째주(3월2~6일) 반입된 고구마는 총 57.5톤으로, 전년 동기(2019년 3월4~8일) 23.5톤의 두배가 넘는 규모를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 확산 초기에 물량을 대부분 소진하면서 현재 산지엔 대규모 농가를 제외하곤 비축분이 거의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집안 생활이 길어지고 개학이 연기되는 등 상황으로 가정 내 고구마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산지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고구마 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박종명 한국청과 경매사는 “3~4월에 물량이 많이 빠져서 산지에 물량 자체가 없다보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며 “가락시장에 들어오는 고구마가 예년엔 1만5000~2만짝(한박스) 정도였다면 지금은 7000짝 수준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고, 7월에 나오는 햇고구마는 작황 부진이 예상되면서 고구마 값은 한동안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간식용이나 다이어트 식단용으로 고구마를 찾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커졌다. 고구마 원재료의 가공식품 제조업체와 베이커리 전문점 등의 원가 부담도 높아졌다. 그렇다보니 대체품으로 못난이 고구마나 감자 등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감자 도매가격은 20㎏ 기준 3만2900원으로 1개월 전보다 40.7% 내렸다. 평년에 비해서도 25.6% 하락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설과 노지 봄감자가 출하되면서 시장에 공급량이 많아진 영향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배달 전문 베이커리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요즘 고구마빵이랑 감자빵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최근 고구마 값이 계속 오르다보니 감당이 안돼서 고구마빵은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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