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력 강화” vs “줄서기 강요”…한국, G7 초청장에 ‘신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를 참관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초 다음달로 예정돼 있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9월께로 연기하고 이때 한국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

오는 9월께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고 싶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은 한국외교 위상 강화로 이어지는 좋은 기회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 정부가 자칫 중국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미국 정부로부터 아직 공식 제안을 받지 못했지만 예민한 문제”라며 “공식 제안이 있으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미국측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으며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측과 협의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호주 정부는 미국 정부 사이에 이번 초청 건과 관련한 사전 접촉이 있었다며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초 다음 달로 예정돼 있던 G7 정상회의를 9월께로 연기하고 한국과 러시아, 호주, 인도를 초청하고 싶다며 이 구상을 “G10내지는 G11”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G7의 확대 가능성은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G7은 ‘선진국 클럽’이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 구상대로 G11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그만큼 국제 현안에 더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G7 정상회의 초대는 외교적 기회”라면서 “우리 정부 역시 바라고 있었던 것인 데다가, 이득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눈치가 보인다는 일부 의견이 있는데 이는 지나친 우려”라며 “우리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7 초청에 응하면서 무게감 있는 외교를 보여야한다”고 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도 “코로나 대응으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고 이번 초청이 그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미국의 적극적 요청이 있고 나머지 다른 국가들도 참여하는 것이면 우리도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중 관계 복원을 모색중인 한국 입장에서 G7 초청은 ‘양날의 칼’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국면에서 중국 견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코로나19 확산 책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를 놓고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최근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적 역량 확충을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한국 등을 거론하며 동맹들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에 미국이 G7에 초청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인도와 러시아, 호주, 한국인데 이들 국가 모두가 지금 미중 경쟁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국가”라면서 “당장 중국이 공개적으로 한국 등에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겠지만, 간접적 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에 우려를 전달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고 말했다.

강문규·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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